[뉴스분석] ‘정치기부’ 논란 자체로… 인적쇄신 효과 半減

입력 2014-05-28 02:27

국민검사 이미지 타격 안대희 총리 후보자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에 이어 ‘정치기부’ 논란에 휩싸이면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7일 재산 축소 의혹을 제기하는 동시에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공직 임명을 막는 ‘안대희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그만 흔들라”며 적극 엄호에 나서고 있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안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통과 여부를 떠나 이미 ‘국민검사’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 기대했던 인사쇄신 효과도 반감됐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안 후보자 수임료 5억6000만원 반환”=새정치연합은 안 후보자가 지난해 이후 5억6000만원의 수임료를 의뢰인에게 돌려준 게 일부러 재산을 축소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당 총리후보자 사전검증위원회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2013년 9건의 사건에서 1억3200만원을, 올해 20건의 사건에서 4억2950만원을 각각 반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를 통해 개인 소득 총액 규모가 축소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안 후보자가 현금과 현금성 수표를 5억1000만원 보유하고 있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무슨 돈인지,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법률자문 등 비송무 사건 수입 내역과 금액을 건별로 제출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전관예우 규모가 현재까지 드러난 5개월간 16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11억원 기부 선언 효과 있을까…‘안대희 방지법’ 수모=안 후보자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여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미 기부한 4억7000만원과 11억원의 추가 기부 약속은 박수 받을 만하다. 그러나 기부한 돈의 성격과 기부 시점이 문제다.

새정치연합 김한길 공동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총리라는 자리는 떳떳지 못한 돈을 토해낸다고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며 임명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 통과됐다면 안 후보자는 총리 자격이 전혀 없는 분”이라며 “제2의 안대희가 나오지 않도록 최근 2년간 관피아 경력이 있는 사람의 공직 임명을 금지하는 ‘안대희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전관예우로 번 돈으로 총리직을 얻어보겠다는 신종 매관매직이 아니냐는 게 국민들의 질문”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이 ‘안대희 방지법’ 처리에 동의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제로 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여야를 떠나 국민검사로 이름 높았던 안 후보자에게는 법안 발의 자체가 수모라는 지적이다.

◇세월호 성금 3억원의 비밀은…기부천사인가 정치기부인가=안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수입의 3분의 1인 4억7000만원을 이미 기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설명으로는 지난해 9월 대학 2곳(서울대 건국대)에 장학금 4000만원 및 입양아 단체에 1000만원, 지난해 11월 은평천사원 등 아동보호시설 7곳에 5000만원을 기부했다. 올해 4월에는 나눔의 집 등 8곳에 5000만원, 5월에는 유니세프에 3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정치후원금 등으로 2000만원을 냈다.

논란의 대상은 5월 19일 유니세프에 기부한 3억원이다. 3억원 가운데 2억원은 세월호 유가족 성금이고 1억원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다.

야당은 이 3억원이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밝힌 지난달 27일 이후 기부됐기 때문에 총리 지명을 의식한 정치기부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을 감안해 미리 손을 썼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자 측은 “지난달 24일 유니세프 측에 기부 관련 문의를 했다”며 “총리 후보 지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니세프 측은 “안 후보자뿐 아니라 다른 고액 기부자들도 이 즈음 기부 문의를 했고, 기부금 재정 계획이 확정된 5월 중순 이후 기부해 달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자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으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치기부 논란에 대해 “좋은 뜻을 좋게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큰 고비 넘었나, 시작인가=새누리당은 전관예우 논란이 있지만 재산 기부 결정으로 논란을 잠재웠다는 판단이다. 안 후보자에 대한 실망감은 있지만 국무총리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반응이다. 재산 문제는 큰 고비를 넘은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안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후폭풍이 더 크고, 대체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자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야권도 칭송했던 인물이 아니었느냐는 반격도 하고 있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회 의원총회에서 “야권이 여러 측면에서 (안 후보자를) 흔들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당은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안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