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 아이들’ 학교 복귀 지원 도심 속 카페형 상담 공간 만든다

입력 2014-05-28 02:28


Wee 센터형 ‘친구랑’ 설치

기환(가명·17)이는 올 초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학교 공부도 싫었고 집안 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울 외곽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숙식을 해결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리에서 만난 친구들 몇몇은 물건을 훔치다 경찰서를 들락거렸고,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 PC방을 전전하는 것도 지겨웠다.

하지만 다시 집으로, 학교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누군가와 얘기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청소년 상담기관을 찾아가는 것을 고민했으나 불쑥 찾아가는 게 쑥스러워 포기했다. 위(Wee)센터 상담도 떠올렸으나 예약하는 과정에서 내키지 않아 그만뒀다.

기환이처럼 학교를 떠나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통해 학업 복귀를 지원하는 공간이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다. 교육부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대구 중구 번화가, 강원도 춘천 시내 등 3곳에 학교 밖 아이들을 보호하고 학업 복귀를 지원하는 돌봄 공간인 ‘친구랑’을 설치한다고 27일 밝혔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불편한 절차와 접근성 등으로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국민일보 ‘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시리즈 참고)에 따른 조치다.

‘친구랑’은 현장형 위센터 개념으로 학교 밖 아이들이 편안하게 쉬면서 상담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된 카페 형식의 공간이다. 학교 밖 아이들이 언제든 들러 무료로 차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고, 인터넷도 쓸 수 있다. 학교 밖 아이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되 필요할 경우 언제든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전문상담사와 사회복지사 등 전담인력이 배치된다. 아이들이 부담 없이 들르는 공간으로 만들고 그 속에서 자연스러운 상담 등을 통해 학교 복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카페베네 등 유명 커피전문점과 경쟁한다는 각오로 공간을 꾸며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 밖 아이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홍보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한번 왔던 친구들이 계속 들르게 하는 게 중요한 만큼 깔끔하고 편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별 공모를 통해 3곳을 선정했고, 각각 3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3개 교육청은 6월 중 세부실행계획을 수립한 뒤 8월까지 설치를 마치고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부는 3곳의 ‘친구랑’ 추진 성과를 평가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방침이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