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소주가 주범?… 2013년 술값 지출 사상 최대
입력 2014-05-28 02:41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술값 지출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주 업계가 경쟁적으로 도수를 낮추면서 판매량이 늘었고 섞어 마시는 술이 유행하며 맥주 판매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주류 소비는 1만751원을 기록했다. 이는 술을 사다 집에서 소비한 금액만을 집계한 것이다. 가족끼리 집 앞 음식점에서 술을 마셨을 경우엔 음식·숙박 지출로 분류된다. 2003년 6359원이었던 월평균 주류 소비액은 매년 늘어나 지난해 처음 1만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대비 증가율이 9.9%로 2004년(10.1%) 이후 가장 높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의 도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고, 소주와 맥주를 섞는 폭탄주가 유행해 맥주도 예전보다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류 소비 증가의 이유를 설명했다.
평소 주량대로 마신다면 도수가 낮은 만큼 알코올을 덜 섭취하게 된다. 그러나 도수가 낮다고 무조건 건강에 덜 나쁜 것은 아니다. 음주로 인한 건강 피해는 알코올 섭취량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평소 주량을 넘어서면 낮은 도수가 무의미한 상황이 된다. 20도짜리 일반 소주 1병(360㎖)에 포함된 알코올 용량은 72㎖이다. 순한 소주(18도 기준) 1병엔 알코올 64.8㎖가 들어 있다. 순하다고 2병을 마시게 되면 129.6㎖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된다. 보통 소주 1병을 마실 때보다 1.8배 더 많은 알코올을 흡수하는 것이다.
직장 회식에서 술을 많이 마시던 음주 관행은 점차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와인과 수입맥주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술을 구입해 가정에서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도 가구당 주류 소비를 늘리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담배 소비는 줄었다. 가구당 월평균 담뱃값 지출은 2006년 2만2062원 이후 2008년 2만355원, 2010년 1만8501원, 2012년 1만8351원, 지난해 1만7263원 등으로 계속 떨어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금연 분위기가 확산되고 흡연 장소가 줄어든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