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美서 사상최대 리콜사태… 한국GM도 걱정되네

입력 2014-05-28 03:21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사상 최대 규모 리콜이 진행되면서 한국에서 판매되는 GM 차량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USA투데이 등은 26일(현지시간) GM이 올 들어 30번째 리콜을 했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미국에서 리콜된 GM 차량은 1380만대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는 1580만대다. 시간이 지날수록 리콜되는 차량이 추가되면서 지난주에만 7차례 리콜 결정이 내려졌다.

리콜 사유는 상당수가 에어백·조향장치·점화장치 결함 등 안전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점화장치 결함으로 13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GM은 2001년에 점화장치 결함을 알고도 13년간 이를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아직 리콜되지 않은 GM 차가 있을까’ 등의 제목으로 GM을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미국의 리콜 여파는 아직 우리나라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GM 차량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최근 미국 GM의 리콜 물량 가운데 국내 공장 생산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2004∼2008년 당시 GM대우의 인천 부평 및 전북 군산 공장에서 미국 수출용으로 생산한 쉐보레 아베오와 쉐보레 옵트라(국내명 라세티) 21만7668대를 화재 위험으로 리콜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일본 업체 스즈키가 생산 제휴를 맺고 국내 GM 공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 차량 18만4244대에 대해서도 최근 리콜 결정이 내려졌다.

아울러 GM에서 가장 많이 리콜된 모델은 중형차인 ‘말리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분석기사에 따르면 비교적 최신 모델인 2012년형 말리부도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비록 생산지가 다르지만 말리부는 국내서도 팔리고 있는 모델이다. 소비자들이 차를 사기 전 한 번 더 생각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GM의 대량 리콜에는 어느 정도 사전에 계획된 포석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산신청을 한 2009년을 기점으로 ‘올드 GM’과 ‘뉴 GM’을 구분해 심각한 결함은 올드 GM의 일로 선긋기를 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 GM에 속하는 최근 생산 모델에서도 리콜이 실시되고 있어 주목된다. GM의 30번째 리콜은 현재 판매점에 전시돼 있는 2014년·2015년형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상이다. GM은 해당 차량을 수리하고 차를 팔 방침이다.

한국GM은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사업을 접는다는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다. 유럽시장에서 내년까지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다는 본사 방침에 따라 생산물량은 줄고 있고 구조조정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3월 8조원을 투자해 5년 안에 신차 6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가시화된 것은 없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