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병언 수사] 檢, 유씨 독자적으로 잡으려다 놓쳤다
입력 2014-05-28 03:06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은신처를 확인하고도 검거하지 못한 검찰의 책임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유씨의 도주 경로를 파악한 검찰이 지난 25일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휴게소와 식당에 머무른 것을 알고 현장을 덮쳤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이에 따라 검찰이 현지 경찰과 공조 없이 독자적으로 유씨를 체포하려다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사와 수사관 등으로 검거전담반을 편성해 유씨를 쫓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지난 17일부터 금수원에서 행적이 묘연해진 유씨의 주변을 수사하다 단서를 잡고 지난 23일 오후 순천으로 내려왔다.
순천에서 검거망을 좁혀가다 유씨의 소재를 파악한 검찰이 지난 25일 순천 서면 학구리 송치재 S휴게소와 S식당을 급습했지만 유씨와 동행했던 30대 여비서 신모씨만 붙잡았다. 만약 검찰이 순천 경찰과 공조해 유씨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갔다면 검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수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씨가 머무른 S휴게소와 S식당은 17번국도 옆 순천에서 구례 방향으로 13㎞ 떨어진 지점이다. 일본 밀항을 위해 고속도로와 국도 등을 이용해 여수나 광양으로 빠져나갈 경우 최소한 15분 걸린다. 구례나 전주 등 서울 방향으로 빠져나가더라도 15분 이상 소요된다. 특히 이곳은 17번국도 외에 간선도로나 이면도로도 없는 첩첩산중으로 길목만 잘 지켜도 유씨를 꼼짝 못하게 할 수 있었다고 현지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은밀하게 첩보를 받아서 내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지역 경찰 수백명에게 첩보를 전파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씨의 전남 순천 은신처 수색과 관련, “첩보를 받자마자 특별수사팀 검거팀이 내려가 확인작업을 한 다음 지역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며 “지금도 경찰과 충분히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은 검거 작전 초기부터 경찰 50여명과 함께 검거팀을 구성해 유씨 일가 추적 및 검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검사 일부가 인천지검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씨에 대한 신병확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씨를 검거할 것을 자신하는 검찰이 빠른 기소를 위한 수사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