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어린이놀이터 곳곳 ‘세월호’ 위험… 느슨한 법규에 검사 형식적
입력 2014-05-28 02:27
지난해 9월 경기도에 사는 A군(4)은 아파트 놀이터 철봉에 매달려 놀다가 흙바닥에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 놀이터 바닥에는 안전 매트가 없었다. 그보다 한 달 전 인근 다른 아파트 놀이터에서는 B군(6)이 미끄럼틀 계단에서 넘어져 역시 다리가 부러졌다.
어린이놀이터가 유아 안전사고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지만 관련 법규는 허술하다. 한국소비자원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328건이던 어린이놀이터 안전사고는 2012년 1455건으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8년 1월 발효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은 설치 및 정기시설검사, 안전점검, 안전교육, 보험가입 등 어린이놀이시설 관리주체의 4가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나 공원 관리사무소 등 시설 관리주체는 시설물을 설치할 때 설치검사를 받고 2년에 1번씩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를 통과한 어린이놀이시설에는 사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합격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놀이시설이 설치된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단지 8곳과 근린공원 4곳을 무작위로 방문한 결과 설치검사 및 정기시설검사 합격 표시가 갖춰진 곳은 절반인 6곳뿐이었다. 심지어 전문 ‘어린이공원’을 표방하는 공원에도 검사 표시는 없었다. 그나마 설치검사 및 정기시설검사 합격 표시판이 비치된 6곳 중에서도 4곳은 검사 기간이 지났거나 빈 표시판만 놓여 있었다. 12곳 중 2곳만이 제대로 검사를 받아온 셈이다.
일요일인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는 초등학생 여자아이 3명과 남자아이 2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들도 보였다. 2012년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 놀이터에는 ‘하이힐을 신고 들어가지 마세요’ ‘음주 흡연 수면은 삼가 주시고 시설물의 높은 곳에 올라가지 마세요’ 등의 안전수칙이 적힌 팻말이 서 있었다. 그러나 놀이시설의 설치검사 및 정기시설검사에 관한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불량 표시판’이 설치된 놀이터에는 고무 매트가 깔려 있지 않는 등 시설이 미비하거나 겉으로 보기에도 낡은 놀이기구들이 방치되고 있었다. 지은 지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의 낡은 놀이터지만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2008년 이전 지어진 시설에 대해선 설치검사 시행을 7년이나 유예해줬기 때문이다. 전국 6만2000여개에 달하는 어린이놀이시설 중 검사를 아직 받지 않은 시설은 전체의 24.6%인 1만5236개에 달한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