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종걸]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범위

입력 2014-05-28 02:43


무릇 생각함이란 그 대상을 명확히 규정함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그동안 참 많은 설명들이 있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국가와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들로서 사회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가진 조직들”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비해 유럽대륙의 전통 속에서는 협동조합에 주로 초점을 맞추면서도 좀 더 엄밀한 기준을 설정하곤 했었다. 가령 벨기에의 왈론 지역권 사회적경제심의회(CWES)에서는 사회적경제를 “주로 협동조합의 형태를 가지는 회사, 공제회, 자치조직에 의해서 수행되는 경제활동”이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나 적어도 필자는 사회적경제를 ‘학술적’으로보다는 ‘정책적’으로 사고한다. 당연히 정책의 목적·대상·수단을 규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책의 주요 목적은 ①시장에서 스스로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②영세자영업자의 경영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③사회 속에 존재하는 각종의 선의(善意)의 자원(자원봉사, 기부 등)을 취약계층의 자립화와 연계하는 것으로 본다. 정책의 주요 대상은 영세자영업자, 농어민, 실업자,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을 염두에 둔다. 그리고 정책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을 시장경제의 하위부문(마을기업, 자활기업, 일반협동조합)과 비영리의 경제부문(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사회복지법인)의 조직화로 이해한다. 따라서 이들 조직이 바로 한국의 사회적경제 조직으로 규정한다. 거칠게 이야기한다면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통해 한국사회의 하위 20%를 재조직하고 안정화시키는 것이 사회적경제정책의 주요한 목적인 것이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각종 공정무역 및 공정여행 관련 사회적기업, 혁신적 소셜벤처, 친환경의 구매생협 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전 세계에서 작동하는 거의 모든 사회적기업, 그리고 한국에서 현재 논의되는 협동조합의 중요 목적은 취약계층을 경제적으로 재조직화하며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노력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지난 4월 30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서의 사회적경제 대상범위는 필자의 사고방식과 크게 차이가 없다. 사회적경제를 “사회서비스 확충, 복지 증진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으로 규정(2조1호)하고, 구체적으로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사업, 사회복지법인, 비영리민간단체 및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을 포괄하고 있다(2조3호). 각각의 조직이 가지는 고유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전체의 발전과 상호협력을 규정하는 것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굳이 그 대상을 좁게 잡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자율적이고 투명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며, 발생된 이윤을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목적 실현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조직(제3조), 혹은 그래야만 하는 조직이 있다면 사회적경제로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에서도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새롭게 법적 용어를 만드는 과정은 다양한 이해충돌을 가져온다. 지난 4월 10일 새누리당 공청회에서는 참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된 바 있었다. 앞으로 두 정당이 사회적경제기본법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만은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넓게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의 목적이 기존의 주주(株主) 주권 극대화를 기반으로 한 시장질서, 그리고 관료주의적 정부체계를 극복하는 건강한 시민사회 경제조직의 활성화에 있다고 한다면 일부의 이해충돌을 이유로 그 대상을 좁게 잡는 우(愚)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은 특히 강조해 둔다.

김종걸(한양대 교수·국제학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