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구름을 이불 삼고 언덕을 베개 삼아 자연에 드러눕다

입력 2014-05-28 02:01


투둑. 투둑. 텐트를 건반 삼아 울리는 빗소리에 잠을 깬다. 텐트 문을 살짝 여니 밀려드는 운해가 산 아래 마을을 삼킨다. 허둥지둥 카메라를 꺼내 웅장하게 펼쳐진 장면을 담는다. 셔터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깬다. 백패킹(Backpacking)에 나선 지난 주말, 강화도 고려산 정상의 풍경이다.

번잡한 캠핑장을 벗어나 텐트와 침낭 등을 배낭에 넣고 자연에서 트레킹과 비박을 즐기는 ‘백패킹’이 최근 ‘대세 캠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패킹은 자동차에 한 짐 가득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과 달리 배낭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산악용 텐트와 침낭, 최소한의 먹거리와 장비만 챙긴 채 숲, 섬, 산을 찾아 발길 닿는 곳에 텐트를 펼친다. 튼튼한 다리와 장비를 짊어질 수 있는 넓은 등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나 구름을 이불 삼고 언덕을 베개 삼아 누울 수 있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서해의 굴업도 개머리능선, 북한산을 마주보고 있는 고양시의 노고산 정상, 바람도 쉬어가고 신선들이 노닌다는 대관령 선자령 등이 백패킹의 성지로 불린다. 자연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풍광이 많은 백패커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이곳에서는 어느 특급호텔의 조망과도 비교할 수 없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다.

대관령 선자령 능선에서 만난 김범석(42)씨는 “처음에는 가족들과 다니는 오토캠핑을 주로 했지만 캠핑인구가 갑자기 늘면서 너무 시끄럽고 북적거려 백패킹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깨에 짊어진 배낭의 무게만큼 자연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혼자 책 읽고, 자연 속의 한가함을 느끼는 백패킹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행복”이라고 자랑했다.

대관령·강화도=사진·글 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