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설 목사의 시편] 소통의 걸림돌

입력 2014-05-28 02:28


1999년 김경일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유교문화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지적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단일민족, 신토불이, 온고지신, 조상숭배, 핏줄, 학연, 혈연 등 유교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이런 유교문화를 청산하고, 실력과 창의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왕조가 500년 동안 지속된 것도 유교사상을 정치철학으로 세웠기에 가능했다. 조선사회는 유교이념을 바탕으로 신분질서를 양반과 노비, 직업에 따라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 나누는 등 구별과 차별이 분명했다. 결국 엄격한 신분질서는 권력과 부를 소유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 됐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들을 공부시켜야 입신양명(立身揚名)할 수 있다는 생각에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사회적 관계도 남녀칠세부동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 장남과 차남 등의 구별이 엄격했다. 사회적 신분에 평등의 개념이 없었고, 위계질서를 중요히 여겨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사회적 관계에서 매우 중요했다. 유교문화는 예절을 중시했으나 경직된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 문화에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은 나이와 존댓말로 인해 의사소통에 많은 지장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나이와 존댓말 때문에 종종 싸움도 일어난다. 이는 계층 간의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한계와 약점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는 나이를 의식하지 않거나 반말로 자기주장과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버릇없는 행위로 간주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우리나라가 민주화되려면 나이와 존댓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는 분단의 산물인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더욱 경직됐다. 의사소통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창의적인 사고와 개방된 의식을 갖지 못했다. 경직된 전체주의 사고방식은 지성인들의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명령일변도의 상하관계 때문에 의사소통이 민주적이거나 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의 군대식 신고식, 드라마 주제가 되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경직된 사회상들은 빨리 버려야 할 나쁜 문화다. 비민주적이고 비인격적인 요소들이 창의성과 자유를 빼앗아간다는 것을 모르는가.

가치관과 정신세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은 다양성과 자유분방함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선언으로 갈릴리 민중들의 자기 인식과 존재의 틀을 깨뜨려 주셨다. 평등할 수 없는 장유유서 문화는 창의성과 의사소통,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소멸시킨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각자 자기 존재의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여주 중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