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최상철 원장 “물만 보면 물에 빠진 듯한 느낌 단원고 아이들 재경험 고통 조금 줄어”
입력 2014-05-27 02:28 수정 2014-05-27 04:10
세월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 지 41일이 지났다.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사고의 충격을 어떻게 극복해 가고 있을까. 아이들은 경기도 안산 인근에 마련된 캠프에서 학부모들과 합숙하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학교 복귀를 두고 학부모와 전문가들이 논의하고 있다. 단원고 아이들의 심리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마음클리닉 디딤’의 최상철(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원장을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만났다.
-학생들 상태는 어떤가.
“재경험이라는 개념이 있다. 꿈같은 것을 통해 안 좋은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40여일이 지나는 동안 일부 아이들은 재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통 받았다. 꼭 꿈이 아니더라도 물만 보면 물에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상황이다. 지금 좋아졌거나 나빠졌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재경험이 조금 줄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현재 상담하는 사람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단계다. 본격적인 치유는 그 다음이다. 살아남은 학생 70여명의 사연들이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그때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 아직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이다. 치료는 이제부터다.”
-학생들에게 단원고라는 공간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2학년 아이들은 아직 학교에 복귀하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자유롭게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학교 복귀 여부는 상담자들 사이에 많은 격론이 오갔다. 전문가들이 외국 등 다양한 사례를 검토했고, 학교에서 치유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현재 학교 복귀 여부를 학부모들과 논의하고 있다. 세월호를 겪은 단원고 생존자로서, 또한 그것을 극복한 기억이 자랑스럽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몸에 흉터가 남듯 아픈 기억은 남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대형 사고 시 트라우마를 관리한다는 개념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었다. 겉으로는 멀쩡하니까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고, 언론 환경 등 부정적인 자극에 노출됐다. 트라우마 치료는 안정감이 필수인데 초기 1주일간 그 시기를 놓친 점이 아쉽다. 그 결과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은 아무도 믿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상담자들이 정부 입장을 대변하러 온 사람으로 취급받기도 했다. 라포(상담자와 피상담자 간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현재 걱정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들은 집중적인 관리를 받고 있으며 회복력도 강하다. 뼈가 부러져도 아이들의 경우 잘 붙는 것에 비유하면 적절할 것이다. 상당수 아이들이 또래들끼리 의지하며 버텨내고 있다. 문제는 희생자들의 아버지다. 현 시점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위험군이다. 아이의 빈자리를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자신마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심리 때문에 힘든 것을 표출하지 못한다. 40~50대 남성들,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분들이다. 다른 가족구성원들도 마음의 상처가 깊다. 상처를 외면하면 후유증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고 위로와 위안을 받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