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人災… 방화셔터 작동 안해 유독가스 확산 “禍 키웠다”

입력 2014-05-27 04:09 수정 2014-05-27 17:11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종합터미널에서 26일 발생한 화재로 7명이 목숨을 잃고 54명이 부상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부상자 중 중상이 6명, 경상이 48명이라고 밝혔다. 지하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27분 만에 진화됐지만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아 건물 전체로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소방 당국은 지하 2층 식당 인테리어 공사 중 용접을 하다 불꽃이 튀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 중이다.

◇아수라장 터미널=오전 9시쯤 건물 지하 2층의 대형마트는 개장 준비 중이었고 5~7층 영화관에선 관람객 50여명이 조조영화를 보고 있었다.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는 CJ푸드빌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9시2분 용접작업 중 갑자기 불꽃이 튀었고 불길은 순식간에 공사장 안팎에 흩어져 있던 자재들에 옮겨 붙었다. 검은 연기는 금세 건물 안팎으로 퍼져 나갔다.

2층 버스 대합실에서 일행을 기다리던 문용찬(33)씨는 지하 3층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9시 정각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지하 2층을 지나던 엘리베이터는 갑자기 ‘텅’ 소리와 함께 덜컹거리며 멈췄다. 문틈으로 연기가 새어 들어왔다. 비상벨을 누르고 119에 신고하려던 순간 엘리베이터는 다시 움직여 지하 3층까지 내려갔다. 문이 열리자 검은 연기가 밀려들었다. 문씨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닫혔고 곧바로 지상 3층까지 올라갔다. 문씨는 영문도 모른 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주차장 차량 통로를 따라 밖으로 빠져나왔다.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됐지만 입점업체 직원들과 시민들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검은 연기 속에서 우왕좌왕했다. 2층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정병록(19)씨는 “계속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고 방화셔터가 내려와 아비규환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많은 사람이 일제히 대피하느라 건물 안에는 ‘쿵쿵’ 울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불길보다 무서웠던 검은 연기=불은 오전 9시29분 꺼졌다. 건물 안에 있던 수백명이 급하게 대피하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지만 연기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타고 위로 빠르게 퍼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쇼핑몰 직원, 환경미화원과 물품 배송기사 등 사망자 5명은 지상 2층 매표소 사무실과 화장실에서, 나머지 1명은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부근에서 발견됐다. 특히 지상 2층에서 발견된 5명은 건물 안에 연기가 급속도로 퍼져 대피했다가 질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연기가 빠져나갈 커다란 문이 많았던 1층과 달리 2층은 에스컬레이터 통로 등을 따라 순식간에 올라간 연기가 빠져나갈 문이 많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화재는 빨리 진압됐지만 지하 1층 인테리어 공사 작업자가 화재 발생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아 유독가스 확산으로 인한 질식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산·고양·김포 등 3개 소방서의 소방차 30여대와 소방요원 120여명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며 인근 교통을 통제했다. 지하철 3호선은 화재 직후 터미널 인근 백석역을 무정차 통과하다 오전 10시24분부터 정상 운행했다.

고양종합터미널은 지하 5층, 지상 7층, 전체 면적 2만여㎡ 규모의 다중이용시설로 2012년 6월 문을 열었다. 하루 최대 250대의 버스가 이용할 수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을 비롯해 대형마트, 쇼핑센터, 영화관, 창업지원센터 등이 입점해 있다.

고양=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