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호기 오류 등 사고 원인 아직 불명확”… 직원 6명 구속영장 전원 기각

입력 2014-05-27 02:25 수정 2014-05-27 17:12


경찰이 지난 2일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사고와 관련해 관계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경찰은 이들이 신호 담당자들이 신호기 오류를 사전에 감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탓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봤지만 법원은 사고 원인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상왕십리역에 선행 열차가 정지해 있을 경우 신호기는 후속 열차가 ‘진행(녹색)·주의(노랑)·정지(빨강)·정지(빨강)’ 신호를 순서대로 볼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오전 1시10분쯤 열차 운행 속도 데이터를 변경하는 작업을 한 지 2시간 뒤인 3시10분쯤부터 신호기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신호기는 상왕십리역에 선행 열차가 서 있더라도 ‘진행(녹색)·진행(녹색)·진행(녹색)·정지(빨강)’로 잘못 표시됐다.

서울메트로 측이 오류를 발견한 것은 사흘이 지난 2일 오전 1시30분쯤이었다. 신호팀 직원 김모(45)씨는 신호관리소 부소장 오모(54)씨에게 신호 오류를 보고했지만 오씨는 단순 오류라고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류 사실을 보고받은 신호관리소장 공모(58)씨도 부소장 최모(56)씨에게 알아보라고만 지시했을 뿐 적극적인 예방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 폭탄’을 안고 위태위태하게 운행되던 지하철 2호선은 결국 오류 발견 당일 오후 3시32분쯤 문제를 일으켰다. 신호 오류 사실을 몰랐던 후속 열차 기관사는 이어지는 ‘진행(녹색)’ 신호를 보고 들어가다 상왕십리역 진입 직전에야 빨강 정지 신호를 보고 급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차해 있던 선행 열차를 들이받으면서 승객 391명이 부상했다.

경찰 열차사고수사본부는 26일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이들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후속 열차에 앞 열차가 정차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관제사 박모(45)씨와 수석관제사 김모(48)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선행 열차 기관사 박모(49)씨와 관제 책임을 소홀히 한 관제사 차장 권모(56)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의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동부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판사는 “신호기 연동장치의 오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의 업무상 과실을 다퉈볼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