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해온 대피훈련이 대형참사 막았다… 영화관 직원들 마지막에 대피

입력 2014-05-27 03:43

극장과 대형 식당가, 버스터미널이 모여 있는 복합 상가건물. 그것도 지하철역과 붙어 있어 하루 유동인구가 수만명인 건물, 이곳에서 출근시간대에 불이 났지만 주기적으로 이뤄진 대피훈련 덕분에 사상자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2층의 홈플러스 직원들은 불이 나자 기민하게 대피했고, 5∼7층 영화관 메가박스 직원들은 평소 훈련한 대로 관람객 50여명을 무사히 탈출시켰다. 정부는 몇 시간 만에 고양종합터미널에서 5㎞ 떨어진 화정터미널에 임시정류장을 설치하고 수송차량을 투입해 승객 불편을 최소화했다.

고양종합터미널의 메가박스 백석점은 사고 당시 영화 두 편을 상영 중이었다. 다른 상영관 한 곳도 곧 영화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불이 난 사실이 확인되자 근무 중이던 직원 8명은 곧바로 상영관 안에 뛰어 들어가 관객 50여명을 모두 비상계단으로 대피토록 유도했다. 직원들은 이어 5∼7층 화장실 등을 일일이 점검해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마지막으로 대피했다. 메가박스 본사도 화재 발생 10분도 안 된 오전 9시10분쯤 백석점으로 연락해 대피 상황을 체크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씩 직원 대상 화재대피교육을 벌여온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지하 2층 홈플러스 직원들도 평소 강도 높은 훈련 덕에 신속히 대피할 수 있었다. 홈플러스는 한 달에 한 번씩 화재 대피 훈련을, 일주일에 한 번씩 점포 시설점검을 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달 22일에는 특별 대피 훈련도 했다. 이날도 화재가 발생하자 홈플러스 보안요원들은 일제히 “대피하라”고 소리쳤고 개장 준비를 하고 있던 직원 100여명은 일사불란하게 매장 밖으로 탈출했다. 임대점포주 A씨(여)는 “엄청나게 대피훈련을 한 덕분에 피해가 크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며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토교통부는 고양종합터미널에서 운행하는 30개 노선의 시외버스들이 화정터미널을 지나도록 조치했다.

고양=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