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순항” 自讚하면서… 낙하산 대책엔 침묵

입력 2014-05-27 03:05 수정 2014-05-27 16:39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해소를 목표로 한 공공기관 정상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6일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LH 등 주요 공공기관들은 예외 없이 공공기관 개혁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공기관장 낙하산 근절책, 상생의 노사 방안 등 고질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침묵했다.

◇정부, “공공기관 개혁 순조롭다”=부산항만공사, 무역보험공사, 마사회는 노사 합의를 통해 방만경영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부산항만공사는 1인당 복리후생비를 38.2% 삭감하기로 한 단체협약 및 관련 규정을 지난 2월에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완료한 사실을 보고 했다. 부산항만공사는 퇴직금 가산제 폐지 등 15개 항목에 대한 제도 개선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마사회도 1인당 복리후생비를 41%축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원전 비리로 물의를 빚은 한국수력원자력은 구매제도를 개혁해 원전 산업계와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보고했다. 민간 협력업체 재취업을 2년간 막고 퇴직자 고용 업체를 입찰 평가에서 감점하는 등 전관예우 부조리를 타파하기로 했다. LH는 ‘더 이상 빚을 지지 않겠다’며 사채 순발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전력은 자구노력을 통해 2017년까지 모두 14조7000억원의 부채를 줄이기로 했다. 삼성동 본사 부지 부동산과 비핵심 광산 60%를 파는 등 자산 매각으로 5조3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석유공사 역시 울산 비축기지 일부 부지와 송유관 공사 지분 등 5288억원어치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날 보고한 8개 공공기관 모두 개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한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산하기관에 대한 주무 부처의 적극적인 독려, 노사협력 모범 사례 공유 등으로 방만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3분기 말에 기관별 정상화 실적 점검 등 엄정한 중간 평가를 통해 인센티브와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고질적 문제에는 침묵=정부가 이날 워크숍에서 밝힌 2017년까지 부채비율 200% 이하 관리, 정보공개 확대, 방만경영 해소 등의 내용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대동소이하다.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밝힌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과 연관성이 있는 공공기관장 낙하산 근절 방안도 언급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안전감독 업무, 이권이 개입할 소지가 많은 인허가, 규제, 조달 업무와 직결되는 공직유관단체 기관장과 감사직에는 공무원 출신을 임명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295개 공공기관 중 관피아 임명이 금지되는 기관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 대안으로 거론되는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이 재점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10년 넘게 지속된 낙하산 근절방안은 이번에도 유야무야될 공산이 크다. 실제 기재부가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낙하산 근절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공공기관 정상화 관련 자료에서 낙하산 관련 내용은 사라졌다. 정부는 김대중정부 때부터 시작된 공공기관 개혁을 이번에는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인적 쇄신 방안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 스탠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명박정부부터 ‘공기업 선진화’ ‘공공기관 선진화’ ‘공공기관 합리화’ ‘공공기관 정상화’ 등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는 명칭은 달라졌지만 낙하산 폐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개혁방안은 없었다.

정상화 추진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노·정 갈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사회적 대화로 풀기보다는 강경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수자원공사와 수공 노조 간 노사합의에서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4대강 사업 부채해결 비용을 제외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을 전제로 노사합의를 강요했다”며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공은 “이면합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송민우 한국노총 공공노조 정책실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대화하자는 것”이라며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건데 정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개별 사업장의 노사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으로 간다면 춘투가 본격화되는 6월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