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11억 사회에 환원”… 野 “정치적 기부, 면죄부 안돼”

입력 2014-05-27 03:47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는 26일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해 “대법관 퇴임 이후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여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은 “정치적 기부”라며 반발했다. 새정치연합은 전관예우 논란,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 등이 불거지자 ‘안대희 불가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총리 지명은 재고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정홍원 총리 사의 밝힌 후 3억 기부 등 정치적 기부 논란=안 후보자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정서에 비춰봐도 변호사 활동 이후 늘어난 재산이 너무 많다”며 “국민들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재산 기부를 선언하며 “개혁은 저부터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전관예우 논란에 대해서는 “윤리와 양심에 벗어난 사건을 맡은 적도 없다”며 “저의 소득은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은 “안 후보자가 이미 낸 기부금 4억7000만원 중 3억원은 세월호 참사 후 정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뒤 세월호 유가족 성금으로 유니세프에 냈다”고 비판했다. 총리 지명을 받고자 3억원을 기부하고, 청문회를 통과하고자 11억원을 기부하는 것은 정치적 기부라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전관예우에 대한 사과가 없었으며, 순수성이 의심되는 기부행위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떳떳하지 않다면 사회 환원은 필요 없으며 총리를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은 “11억원을 기부할 테니 총리를 시켜달라는 것이 매관매직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옥에 티를 스스로 털어내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안 후보자를 옹호했다.

◇전관예우 논란, “연봉으로 환산하면 재벌총수 중 17∼19위”=안 후보자가 재산을 기부하더라도 전관예우 논란은 그대로 남는다. ‘법피아’(법조+마피아)로서 충분히 누린 사람이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안 후보자는 대법관 퇴임 후 지난해 7월 서울 용산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 5개월간 16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일당으로 치면 하루에 1052만원이다. 새정치연합은 “역대 최고 전관예우 법피아”라고 공격했다. 황교안 법무장관의 17개월간 16억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의 7개월간 7억7000만원,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7개월간 7억원 등과 비교해도 연봉 기준으로 3배나 많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민병두 공보단장은 “안 후보자의 5개월 수입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38억4000만원”이라며 “재벌 총수 연봉 순위로도 17∼19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16억여원 중 세금 납부와 서울 회현동 아파트 구입 자금으로 각각 6억원, 불우아동시설 등 기부에 4억7000만원(정치기부금 2000만원 포함)을 썼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에서 총 22억4092만9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안 후보자가 고용한 변호사 4명의 급여와 사무실 운영경비를 고려하면 5개월 수입이 16억원이 아니라 20억원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이러한 전관예우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적폐이고, 공직사회 암덩어리”라고 강력 비판했다.

◇정치자금법 등 지휘했던 수사는 줄줄이 무죄=안 후보자는 2003∼2004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여야 정치인들을 대거 구속시켰다. 당시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새정치연합 박주선 박지원 의원 등을 구속했지만 이들은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2006년 대법관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논란이 됐었다. 안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 특혜 의혹을 받았던 이영수 KMDC 회장과 동서지간이라는 점도 부각됐다. 안 후보자의 친동생은 KMDC의 미얀마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안 후보자 측은 “이 회장 사업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국세청 산하 기구인 세무조사감독위원장 재직 시절 한 기업의 법인세 취소소송 변론을 맡은 것도 파장이 일고 있다. 세무조사 견제·감독 역할을 맡은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는 “전혀 어긋난 일이 없는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엄기영 최승욱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