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IT업계 최대 라이벌… 본격 모바일 大戰

입력 2014-05-27 03:52


다음과 카카오는 김 의장이 합병된 법인의 주식 22.23%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된다고 26일 발표했다.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하는 형태지만 김 의장이 최대주주가 돼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 의장의 다음카카오가 이 의장의 네이버와 어떻게 정면승부를 펼칠지 벌써부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의장과 이 의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이 의장은 컴퓨터공학을, 김 의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IT업계 동지가 된 것은 1992년 나란히 삼성SDS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김 의장은 삼성SDS에서 나와 1998년 게임 업체인 한게임을, 이 의장은 1999년 포털 업체 네이버를 설립했다. 그러다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이 합병하면서 두 사람은 NHN 공동대표를 맡게 된다. 그야말로 한 배를 탄 것이다. 그러나 김 의장이 ‘IT 공룡’이 돼버린 NHN을 떠나 벤처투자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헤어졌다. 김 의장은 NHN을 떠나기 전인 2006년 아이위랩이라는 상호로 지금의 카카오를 설립했다.

2010년 ‘스마트폰 상용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한 김 의장의 카카오는 소위 ‘대박’을 치게 된다. 기존의 문자메시지와 달리 무료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카카오톡은 초기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했다. 이 의장의 네이버도 뒤늦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놨지만 후발주자로 고전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이어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그룹 등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 카카오에 빼앗긴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린 네이버는 자금력과 해외 사업망을 이용해 일본, 동남아 등지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개척했다. 라인은 세계 230여개국, 4억3000만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반면 카카오톡은 국내 시장에서 10명 중 9명이 사용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1위 자리를 지키면서도 자금력 등의 문제로 해외 시장은 입맛만 다시게 된다.

어제의 동지는 오늘의 적이 됐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두 경쟁업체에 몸담고 있던 두 사람은 IT업계 최대의 라이벌로 다시 만났다. 다음카카오의 김 의장은 우회 상장을 통해 카카오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자금을 모아 카카오톡의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에 나가게 되면 라인과의 한판 승부는 피할 수 없다. 국내 검색 시장에서도 네이버와 격전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네이버에 큰 격차로 뒤지고 있는 다음은 최근 구글에도 밀릴 정도로 시장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카카오를 등에 업은 다음은 모바일 시장 등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합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시장 영향력 확대뿐만 아니라 글로벌로 확대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면서 “검색 네트워크를 확보한 다음과의 결합이 강력한 추진력이 돼 커뮤니케이션, 정보, 생활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서 한게임, NHN, 카카오 등 벤처기업을 두루 거쳐 다음카카오의 중심이 된 김 의장은 ‘IT업계의 거물’로 불린다. 앞으로 다음카카오가 어떤 콘텐츠와 서비스로 성장 모델을 선보일지 기대되는 이유다. 네이버라는 공룡과 어떻게 대적해 이겨나갈지가 현재 업계 최대 이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 역시 검색엔진을 비롯해 라인, 밴드 등 모바일 기반의 메신저와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밴드게임을 선보여 출시 열흘 만에 애플리케이션 마켓 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IT 분야는 한순간의 방심과 아이디어 차이가 흥망을 가를 수 있어 앞으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싸움이 흥미진진한 볼거리로 떠오르게 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