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함께 들러 찬거리를 고르고, 누군가의 도시락을 싸준다.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선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상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이 같은 ‘가족’ 코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진짜 스타의 가족을 출연시켰던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엔 서로를 몰랐던 연예인들을 가족으로 묶고 한 집에 살게 하는 포맷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첫 방송한 SBS 일요 예능 ‘룸메이트’. 서울 성북구의 2층집을 대여해 11명의 연예인이 함께 살도록 하고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60여대의 카메라에 담는다.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과 2NE1의 박봄, 슈퍼모델 이소라, 뮤지컬 배우 신성우, 배우 이동욱, 격투기 선수 송가연 등 어울리지 않을 법한 직업에 연령대도 20∼40대까지 폭넓다.
지난달 16일부터 케이블 채널 올리브TV에서 방영하는 ‘쉐어하우스’도 비슷한 포맷이다. 이 프로그램에도 모델과 디자이너, 가수와 방송인 등 10명이 경기도 양평군의 한 전원주택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살아간다. 늦잠을 자지 않도록 아침에 깨워주고 집 앞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고 요리를 하면서 보통의 가족이 누리는 일상 그대로를 보여준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여있는 프로그램은 1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MBC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로 시작된 연예인 가족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 붐은 엄마 없이 아빠와 자녀들이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은 KBS 예능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이어졌다. 두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후 5시대에 편성돼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SBS의 경우 스타의 자녀나 손자녀들이 출연하는 ‘오! 마이 베이비’(수요일 밤 11시15분), 사위와 장인장모의 이야기를 담은 ‘자기야 백년손님’(목요일 밤 11시15분) 등이 가족 코드 프로그램에 포함된다.
초기에는 ‘진짜 가족’의 사생활에 눈길이 집중됐다면 최근엔 ‘얽혀진 가족’이 보여주는 ‘공감’의 힘이 프로그램 전반에 떠오르고 있다. 예컨대 MBC ‘사남일녀’처럼 시골에 사는 어르신의 자녀가 돼 함께 추억을 만들며 시청자와 연예인이 가족애를 나누거나, ‘룸메이트’와 ‘쉐어하우스’처럼 남남 사이 인 구성원들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의지하면서 가족애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이 ‘연예인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훈훈한 가족들의 이야기에 위안을 얻기 위해 이들의 사생활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대세인 가운데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가족 포맷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며 “특히 가족간 소통이 부족한 시대가 역설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석 평론가는 “위안을 얻기 원하는 시대에 ‘가족’이란 정서가 공감을 얻고 있다”며 “비슷한 장르로만 재생산 될 경우 다같이 식상해 질 수 있는 문제점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기획] TV 인기 예능 ‘가족’ 코드의 진화
입력 2014-05-27 03:14 수정 2014-05-27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