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갈등 조정자 ‘초콜릿 왕’ 선택
입력 2014-05-27 03:08
신(新)냉전시대로 치닫고 있는 서방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풀어야 할 막중한 임무가 우크라이나 ‘초콜릿 왕’의 손에 달리게 됐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현지시간) 오후 “대통령 선거 40% 개표 상황에서 재벌 출신 무소속 후보 페트로 포로셴코 후보가 54.09%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13.1%를 얻은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를 크게 따돌려 당선이 확실시된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3곳의 공동 출구조사에서도 포로셴코는 55.9%의 득표율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포로셴코를 당선시킨 것은 서방국과 러시아의 갈등을 수습할 조정자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콜릿 회사를 운영하는 포로셴코는 개인재산 13억 달러(약 1조3330억원)의 갑부다. 기업인 출신이지만 개혁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전 대통령 시절에는 외무장관(2009·2010년)으로, 유셴코 대통령의 정적이자 지난 2월 실각한 뒤 러시아로 도피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집권 때는 경제개발·통상장관(2012년)으로 일했다. 친(親)유럽, 친(親)러시아 정부 양쪽 모두 경험했기에 중립적인 입장에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포로셴코는 일단 ‘친유럽’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출구조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85%의 국민이 우크라이나의 유럽화를 지지했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는 국가 통합과 유럽화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혼란 사태는 지난해 11월 당시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을 중단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탄핵됐고, 우크라이나는 ‘친유럽(서부)-친러시아(동부)’ 진영으로 분열됐다. 혼란의 틈을 타 러시아는 크림자치공화국을 점령했다.
포로셴코는 자신을 찍어준 지지자들에게 우선적으로 화답했지만 동부지역에 대한 포용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취임하면 첫 방문지로 보름 전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도네츠크 공항은 분리주의 민병대에 의해 점거당하는 등 혼란이 지속됐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이웃이며 러시아 참여 없이 우리 지역 안보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적합한 대화 형식을 찾을 것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나겠다”고 했다. 그에게 ‘초콜릿 왕’이라는 별명을 가져다 준 제과회사 ‘로셴’ 제품의 절반 정도는 러시아로 수출되기도 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푸틴 대통령도 강조했다시피 포로셴코 등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 대화에 EU나 미국 같은 중재자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신임 대통령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