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순명] 금융교육, 생생한 현장체험에서

입력 2014-05-27 02:22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안전’이다. 재난안전시스템, 안전관리 매뉴얼 등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지만 안전교육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영어, 수학 등 일반 교과 교육도 중요하지만 안전교육은 위기상황에서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기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서는 실제 상황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이론보다 체험형 실습에 초점을 두고 안전교육이 이루어진다.

안전교육이 위기상황에서 우리 신체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우리 재산을 지켜주는 것은 금융교육이라 할 수 있다. 금융교육도 안전교육과 마찬가지로 이론보다는 실용이 중요하므로 금융교육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교육뿐만 아니라 체험의 형태로 수없이 반복되어 ‘체화’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금융교육을 받았더라도 올바른 금융생활 습관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거나, 금융정보 유출에 따른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금융사기의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애초에 교육을 받지 않은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어제오늘 강조된 것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금융지식 향상보다 금융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교육’을 강조했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효율적인 금융교육은 학생들에게 금융상품 설명, 금융계산 능력 향상 등만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상품 선택 시 필요한 기술 및 개념 등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융교육의 현실은 어떨까? 현재 초·중·고 교과과정에서 금융교육은 의무화돼 있지 않고 경제과목 내용의 일부분에 그치고 있다. 비중은 채 1%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교육의 최적기인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각 과정별 금융교육 교재를 제작 보급하고, 금융교육 시범학교를 지정하여 금융교육을 지원하며,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과 교사 등을 대상으로 집중교육을 실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 청소년들이 금융을 ‘체화’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스럽다. 그간의 금융교육이 교재 제공, 강의 실시 등 금융교육의 인프라 구축 위주로 이루어져 옴에 따라 현장 체험을 할 기회가 적어 실제 금융거래나 금융사기 상황의 발생시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반성을 해 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우리의 금융교육은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양적인 확대뿐만 아니라 자유학기제 도입 등에 맞추어 교육내용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현장 체험식 교육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각종 체험관 활용을 확대하고, 모의투자, 금융보드게임 등 다양한 체험학습 도구를 이용하는 한편 온라인을 통해서도 언제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의 금융경험을 각종 창작물이나 동영상 등으로 만들고 이를 또래 청소년들과 공유함으로써 금융관련 직·간접 경험을 늘려나가는 방안 등도 더욱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위험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으나 교육을 통해 대처 요령을 체득하고 적절히 대응하는지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체화된 금융교육으로 우리 아이들이 현명한 소비자로 성장한다면 어떤 위험이 다가와도 합리적인 선택 등 소비자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힘들게 모은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슬기로운 금융생활을 통한 금융행복(Financial Well-being)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교육, 이제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주자.

오순명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