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신종수] 최악의 깜깜이 선거 되려나

입력 2014-05-27 02:22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4지방선거 안내문과 후보자들 홍보물을 엊그제 집으로 보내왔다. 묵직한 서류봉투 안에 담겨 있는 후보자들 프로필과 공약을 꼼꼼히 훑어보려했으나 너무 많아 다 읽지 못했다.

6·4지방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유권자 상당수는 후보와 정책에 대해 모르거나 무관심한 편이다. 얼굴도 모르는 후보를 뽑으러 투표장에 가서 1인 7표(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교육감)나 찍어야 한다. 잘 모르는 일곱 문제를 앞에 놓고 끙끙대거나 이게 귀찮아 아예 투표를 안 할 유권자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선거운동도 조용한 편이어서 선거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75%가 교육감 후보 모른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여서 중간평가의 성격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분노가 표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세월호 사고에 묻혀 깜깜이 선거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들을 뽑는 선거다. 우리 생활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교육감을 잘못 뽑으면 자녀의 교육을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 평생교육을 관장하는 지방교육의 최고 책임자를 뽑는 선거다. 한 해 52조원의 교육예산을 편성·집행하고 공립학교 교원들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자기 자식의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누가 후보인지 관심조차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자기가 뽑을 교육감 후보에 대해 24.6%만 안다고 답했다. 나머지 75%는 모른다는 얘기다.

광역단체장 후보를 알고 있다는 주민은 55%,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는 35.4%였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를 모두 아는 유권자는 14.4%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 3952명의 공직자를 선출한다. 등록 후보는 8994명이다. 이 중 전과가 있는 후보가 39.8%나 된다. 11.1%는 병역을 마치지 않았다. 시·도지사 후보는 전과가 45%로 더 높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비리 혐의 등으로 중도 하차한 광역·기초단체장이 100여명에 달한다. 천문학적 부채로 파산 위기에 이른 지자체도 많다.

이념보다는 지역살림이 중요

유권자의 무관심과 투표 포기는 자질이 부족한 후보, 부도덕한 후보, 잘못된 정책을 펴는 후보가 당선되는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된다. 지자체를 파산위기로 몰아넣은 무능과 잘못을 승인하는 결과를 낳는다.

후보뿐만 아니라 공약도 잘 봐야 한다. 여야 중앙당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안전’ 공약을 내놓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의식해 안전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유행을 따르는 선거용일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정책공약이 부각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사소한 공약이라도 개개인한테는 중요할 수 있다. 민원 때문에 시청이나 군청을 찾아가 본 사람은 각종 조례나 규제가 생업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것이다.

선거 때 중요하게 여겨졌던 보수냐 진보냐, 어느 정당 소속이냐는 실제 주민생활과 별로 상관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선거 취재는 주로 정치부 기자들이 맡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방 주재기자들이 각 지자체를 담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치단체장도 정치인보다는 지역 살림꾼 역할을 해야 한다. 간혹 중앙정치에 관여하는 발언 등을 하는 자치단체장이 있지만 별로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해당 지역에서 지지도가 높은 자치단체장은 대부분 조용히 지역 살림에 충실해 행정 능력을 인정받은 경우다.

신종수 사회2부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