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PK 편중 인사가 정부신뢰 떨어뜨린다
입력 2014-05-27 02:31
새 총리에 경남 함안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이 내정된데 이어 차기 국회의장에 경남 창원이 고향인 새누리당 정의화 의원의 선출이 확실시되면서 지역편중 인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마저 부산 태생이어서 ‘안 총리’와 ‘정 의장’이 확정되면 입법 사법 행정부의 수뇌부가 모두 부산·경남(PK) 출신이 차지하게 된다.
입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권력이며, 사법부도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3부 권력의 지역편중이 꼭 비판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양 대법원장의 경우 이명박정부 때 취임했다. 문제는 사정라인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 요직에 PK 출신이 포진하면서 타 지역 출신이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황찬현 감사원장과 김진태 검찰총장,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이 모두 PK 출신이란 사실은 시사하는 바 작지 않다. 이들은 지난해 8월 경남 거제 출생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취임 이후 차례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거기다 안 총리 내정자와 이들 세 사람은 김 실장의 법조 후배들이어서 김 실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야당에서 김 실장을 ‘기춘 대원군’이라 지칭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다.
국가를 경영하면서 인사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언제나 진리라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실에 얽매이지 않고 능력 위주로 하는 인사가 최고일 것이다. PK 편중 인사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자리에 맡게 능력 있는 인사를 찾다 보니 지역적으로 다소 편중이 됐을 뿐 의도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김 실장의 존재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김 실장과 황 감사원장, 홍 수석이 중학교 동문이란 점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지역 균형 인사를 무시하는 것은 무책임하고도 위험한 발상이다. 흔히 국가통합의 장애 요인으로 지역 이념 세대 계층 등 네 가지 갈등을 꼽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역갈등이다. 지역 균형 인사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한 핵심 과제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들은 대탕평 인사를 공약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합 인사를 수없이 다짐했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지역균형 인사를 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특히 호남 홀대가 눈에 띈다. 정권 초기여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편중인사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방치하면 국민통합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곧 있을 청와대와 내각 개편 때는 출신지를 각별히 고려해서 인사할 것을 권한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지역 편중 인사는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