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율로 전하는 위로·희망의 메시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자선음악회 잇따라 열어
입력 2014-05-27 02:18 수정 2014-05-27 04:11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6)의 요즘 관심 키워드는 ‘나눔’이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놓은 그는 2011년 복귀해 한결 여유 있는 공연을 선보였다. 6년의 공백을 딛고 돌아와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가 자선음악회를 잇따라 연다. 2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그래도 사랑’, 6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그래도 희망’이라는 타이틀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을 앞두고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 보였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엄지가 아팠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감사하죠. 이제 손이 완전히 괜찮아요. 너무 욕심만 안 부리면 연주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요. 두 시간 연습하고 쉬고, 한 시간 반 연습하고 쉬고, 세 시간 하다 쉬고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그래도 사랑’ 공연에서는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커너의 반주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와 프랑크의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이 공연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세월호 침몰 참사 추모의 뜻을 담는다. ‘G선상의 아리아’는 그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추모하며 연주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이 희망 아니겠느냐”며 “세월호에서 떠난 아이들은 하늘의 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 무대는 첼리스트 양성원, 어린 연주자 임일균과 유지인과 함께 꾸미는 실내악 공연이다. 지휘자 정명훈, 첼리스트 정명화와 함께한 ‘정 트리오’ 활동 이후 페스티벌 때 외에는 서지 않았던 실내악 공연이다. 이 공연의 입장료는 3만~20만원. 수익금은 정경화가 20년간 후원해온 아프리카 르완다 지역 어린이를 돕는 데 쓰인다.
그는 이번에 자선음악회를 마련한 이유로 “내가 받은 사랑은 정말 대단했다. 이제는 그걸 돌려줄 때”라고 설명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부모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비결이었어요. 음악교육에서 영재를 길러내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죠. 충분히 재능 있는 아이들을 키워주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경우를 종종 봐요. 연주자로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를 위해 기부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나라의 문화가 커지려면 꾸준히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모금이 돼야 클래식 문화도 크고 후학도 양성할 수 있거든요. 저는 미국에서 8년가량 장학생으로 다녔는데 그게 다 기부 덕분이죠. 우리나라도 재주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뒷받침해줘야 해요.”
이번 연주 이후 해외공연 일정도 빼곡히 잡혀 있다. 10월엔 중국 상하이와 항저우 투어에 오르고 12월엔 영국 런던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런던 공연은 이곳에서 데뷔한 지 30년 만에 갖는 공연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그는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라며 “영국에는 충성도 높은 팬들이 여전히 많다. 제 연주를 들으며 사랑을 나눈 연인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고민은 없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이를 먹으면서 다소 쇠약해졌지요. 하지만 마음은 늙지 않았습니다. 저는 ‘하루살이’예요. 조심하지 않으면 부상이 재발할 수 있으니까요. 복귀 후에는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마음을 더 비워서 매초매초 감사하고 살아요.” 영원한 바이올린의 여제는 6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열정적이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