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패러디 그림’으로 시공간 담다… 김정선 개인전 ‘반투명에 관하여’
입력 2014-05-27 02:15
오래된 사진 속 이미지를 회화로 표현하는 김정선(42) 작가는 2009년 개인전에서 아나운서 김주하의 어린시절 얼굴을 그려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두 아들의 엄마가 된 작가는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시를 위해 만삭의 몸으로 붓질을 하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에도 소복을 입고 한밤중 몰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 결과물을 28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이화익갤러리에서 선보인다. 5년 만에 갖는 개인전의 타이틀은 ‘About Translucency(반투명에 관하여)’.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조각,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길쭉한 조각, 제프 쿤스의 보라색 사탕 설치작품,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 등을 아이들이 관람하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화면에 옮겼다.
자코메티 조각을 관람하고 있는 아이는 작가의 아들이다. 아들과 함께 미술관에 갔을 때, 혹은 같이 가고 싶다는 기대를 상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들은 이전 작업처럼 주변 풍경과 겹쳐지고 스며들 듯 반투명으로 그려졌다. 미술관에 있는 명작들을 배경으로 삼은 공간만 달라졌지 시간의 흐름을 담았다는 점에서는 5년 전의 작품과 연결된다.
서울예고와 서울대 서양화과를 나온 작가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의 추천으로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을 갖게 됐다. “감성이 살아 있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세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바보가 되지 않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영혼을 울리는 작품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다(02-730-7818).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