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 따라 신발 스타일 많이 변해… 발에 안맞는 제품 신으면 엄청 고생”

입력 2014-05-27 02:57


소비자 선택을 위한 신발 전문가 초청 좌담회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맞아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들이 앞 다퉈 워킹화, 러닝화를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아웃도어 업체의 주력 제품이었던 무겁고 투박한 등산화가 가볍고 산뜻한 디자인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가운데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들 역시 색다른 워킹화와 트레킹화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의 신발 경쟁이 과열양상을 띄고 있는 시점에서 쿠키뉴스는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5일 각 업체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신발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최영민(아식스코리아 신발상품기획부장), 조재영(월간 스트릿풋 마케팅팀장), 지중엽(밀레 용품디자인팀 과장), 김정철(2013 칠레 아타카막사막마라톤 완주자)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최근 아웃도어 업체와 스포츠브랜드에서 잇따라 활동성을 강조한 신발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조재영(이하 조)= 2000년대 초반부터 웰빙,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말쯤 걷기 열풍이 불었다. 이런 분위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트레킹 붐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각종 언론에서 전국의 ‘길’과 산책코스들을 부각시켰고 이제야 ‘빵’ 터진 것이라 생각된다. 업체 입장에서는 의류 말고 다른 제품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최영민(이하 최)= 맞다. 워킹화의 시초는 2000년대 말 ‘마사이 워킹’으로 유명해진 신발이라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걷기가 유행했다. 이후 스포츠브랜드들에서도 몸매 보정용 신발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웃도어 업체와의 경계선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야 그 접점에 불이 붙었다고 할 수 있다.

지중엽(이하 지)= 요즘엔 국내 어느 산을 가던 길이 굉장히 좋다. 굳이 기능성으로 무장한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된다. 그런 산길을 걷기에 좋은 가벼운 신발들의 매출이 좋다보니 지금처럼 된 게 아닌가 싶다.

김정철(이하 김)=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이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이 패션 쪽에 관심을 많이 갖는 추센데 그에 따라 신발 모양도 변한 게 아닐까 싶다. 예전처럼 투박한 등산화는 평소 많이 입는 청바지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디자인 영향이 더 크단 뜻인가?

지= 그래도 기능성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돈이 들더라도 방수가 되는 고어텍스를 선택하고 있다.

최= 요즘은 아웃도어 업체에서 신발에 고어텍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지 않았나?

지= 아니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각자의 DNA를 버릴 수는 없는 거다. 매장에서도 고어텍스 제품을 꾸준히 찾는 편이다.

-아무래도 아웃도어 스포츠브랜드에서 기능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각자 소속된 업체에서는 어떤 것에 초점을 맞춰 신제품을 만들고 있나?

지= 요즘 세계적인 트렌드가 가벼운 거, 미니멀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기반을 두고 우리는 ‘아치스텝’에 주력했다. 발바닥의 둥글게 패인 아치쪽에 초점을 맞춰 신발을 개발하고 있다. 발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신경 썼다. 계속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다.

최= 우리는 ‘라이트 웨이트’다. 가볍게 가자는 거다. 우리는 러닝 전문 브랜드니까 뛸 때 발쪽에 가는 무게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 신발 시장은 브랜드마다 차별성이 많이 없어진 상태다. 이제 곧 각자 살아남기 위해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의 전통성을 부각시킬 거다. 신발의 디자인이나 기능성 등이 다시 옛날 아이템을 복각(復刻)하는 형태로 변할 것 같다.

-김정철씨의 생각은 어떤가? 업체들의 이런 생각이 제품에 잘 반영이 됐다고 생각하나? 예전에 사막마라톤 대회에 출전했을 때 어땠나?

김= 작년 사막마라톤 대회 때 한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았다. 처음부터 발에 맞지 않은 제품을 신은 게 원인이기도 했는데 어쨌든 신발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 8일 동안 달려야 하는데 6일째 되는 날 발톱 8개가 빠져 신발을 도저히 신을 수 없었다. 소금사막을 지날 때는 신발이 딱딱하게 굳어지기도 했다.

최= 안타깝다. 우리 걸 신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하하!

-일반 신발의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업체에서는 어떤 방법을 쓰고 있나?

지= 우리는 아웃도어 신발의 경우 창갈이 서비스를 해준다. 물론 비용은 따로 받는다. 사실 제품을 출시하기 전 내구성을 점검하는 문제는 업체에서 하기 힘들다. 합성피혁 소재보다 천연가죽이나 코듀라(cordura)를 사용하는 게 그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최= 창갈이를 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는 창갈이를 금지하고 있다. 밑창이 달았다면 중창도 수명이 줄었다는 뜻이다. 외부는 멀쩡해 보여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신발을 오래 신기 위해선 어떻게 만드느냐 보다 소비자들이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신발 목적에 맞게 신는 것도 내구성 유지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 그렇다. 신발을 아무 곳에서나 막 신는 것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발을 늘 청결하게 하고, 보관할 때는 직사광선과 습도가 높은 곳을 피하고, 신발 안쪽에 신문지만 끼워놓아도 틀어지고 휘어지는 게 덜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고르는 요령에 대해 조언한다면.

조= 사람들마다 양쪽 발 크기가 다르다. 매장에서 한쪽만 신어보지 말고 양쪽 다 신어봐야 한다.

최= 오후에 가서 신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람의 발은 대개 오후가 되면 오전보다 붓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뒤꿈치를 신발 뒤축 끝까지 맞춘 다음 발 앞꿈치 부분이 손톱만큼 들어가는 게 비교적 알맞다고 할 수 있다.

글, 사진 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sj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