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이들 품은 대학 교수… 이강래 원광대 교수 국민훈장 받아

입력 2014-05-26 15:55

[쿠키 사회] “홀로 남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입니다. 이들에게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이강래(60) 원광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출과 게임중독, 폭력, 성매매 등으로 위기에 처한 청소년들의 ‘삼촌’이자 ‘아버지’다. 이 교수는 이른바 문제학생들의 ‘수호천사’ 역할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그는 사회를 겉도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1980년대 후반부터 학교 밖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다. 개인재산을 털어 위기 청소년의 상담사와 벗이 돼줬다.

“저도 고교시절 적응을 잘 하지 못했어요. 학교를 빼먹은 날이 200일이 넘을 정도였지요.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이 교수는 어렵게 고교를 졸업하고도 방황을 거듭하다 25세에야 대학에 진학했다. 1989년 교수가 되었지만 이 교수의 월급은 본인 집이 아닌, 집을 나온 아이들에게 모두 들어갔다. 1997년 광주민주화운동 동지 20여명과 함께 광주광역시에 사단법인 ‘맥지(麥志)청소년사회교육원’을 설립했다.

맥지교육원에선 청소년수련관·힐링센터·방과 후 아카데미, 중장기여성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위기청소년 영상페스티벌’을 15년째 열고 있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청소년들을 생각해 만든 영화들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희망 낳기’와 ‘컴백 홈’ ‘하얀 물고기’ 등 미혼모와 가출, 성매매 등을 주제로 한 것들이었다. 올해는 게임중독 예방영화인 ‘위너’를 제작하기 위해 성금을 모으고 있다.

17년간 이렇게 인연을 맺은 청소년이 2000여명. 그 사이 ‘문제아’들은 평범한 학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아이가 집과 학교로 돌아갔다. 올해엔 교육원에서 지내던 학생 5명이 대학에 입학했다. 2011년엔 ‘부콤(Business Community)’이란 이름으로 200여개 기업체의 후원을 끌어냈다.

이 교수는 이같이 청소년복지 증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27일 여성가족부로부터 국민훈장을 받는다. 그는 “그동안 청소년들이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탰을 뿐”이라며 “도움을 받은 아이들이 커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큰 행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산=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