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만에…이건희 회장 의식 되찾아, 삼성 이승엽 홈런 터트리자 눈 번쩍

입력 2014-05-26 03:12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심장 스텐트(stent·혈관확장용 삽입관) 시술을 받고 입원치료를 해온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이 14일 만에 혼수상태에서 벗어나 의식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수면상태에서 진행돼온 진정치료를 지난 주말쯤 끝내고 서서히 회복하는 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25일 “지난 19일 일반 병실로 옮긴 이 회장이 혼수상태에서 회복됐고,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며 “이 회장의 심장, 폐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은 완벽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후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병실에서 가족들이 틀어놓은 프로야구 중계방송 도중 삼성 이승엽이 홈런을 터트리자 떠들썩한 분위기에 눈을 한 차례 크게 떴다. 2주 동안 지속되던 지루한 수면 상태에서 벗어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이 회장 곁을 지키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 라이온즈 김인 사장에게 이 소식을 알리며 류중일 감독과 이승엽 등 선수들에게 “잘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이 회장은 진정제를 투여해 일정 기간 수면 상태를 유지했던 진정치료를 지난 주말 끝냈고, 이후 가끔 눈을 떴다 감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평소 야구를 좋아한데다 이승엽에 애착이 커 홈런에 반응한 것이 아닌가 한다”면서 “뜻밖의 반응에 가족들이 모두 기뻐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함에 따라 인지기능도 완벽하게 되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병원 의료진은 이에 대해 “이 회장의 신경학적 호전 소견으로 미뤄 향후 인지 기능 회복도 희망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블로그에 “(이 회장은) 매우 안정된 상태에서 점차 호전되고 있다”며 “의료진은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고 완벽한 회복을 위해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 곁에는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지키고 있으며,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사업부문 사장 등 자녀들이 수시로 병원을 찾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