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발행 이건희 ‘자전 에세이’ 요즘 잘 팔리는 이유는
입력 2014-05-26 02:32
삼성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책들은 수없이 쏟아졌다. 최근 들어서도 ‘삼성이 강한 진짜 이유’ ‘삼성의 임원은 어떻게 일하는가’ 등이 나왔다. 그런데 삼성을 세계적 반열에 올린 이건희 회장이 직접 쓴 책은 한 권뿐이다. ‘이건희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가 그것이다. 1997년 일간지에 연재한 글을 엮어서 냈다.
중고서점에서 이 책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10일 밤 호흡곤란과 심장이상 증세로 응급실로 간 뒤부터 거래가 아연 활발해지고 있다.
25일 알라딘 중고서점에 따르면 ‘이건희 에세이’는 지난 11일 이후 12권이 팔렸다. 알라딘 관계자는 “절판된 책이라 회원들끼리 보유한 책을 거래하는 사이트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알라딘 회원 사이트 서비스가 시작된 뒤 이 책은 총 175건 거래됐다. 한 달 평균 2.2권, 1년에 20권 정도였다. 따라서 보름이 안돼 12건이나 거래된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알라딘 측은 설명했다.
가격도 크게 뛰었다. 최근 보름간의 평균 거래가격은 1만6618원. 최고 2만800원에 팔리기도 했다. 2008∼2012년 평균 2694원, 2013년 평균 7830원에 거래됐으니 헌책 값이 무려 2∼6배 뛴 셈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유일하게 직접 저술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데다 절판된 상태라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아져 앞으로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코아나 훈민정음 등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선 찾는 사람은 많으나 팔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청계천 헌책방에서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D서림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요즘 들어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건강이상이 있는 유명인사들의 저서 가격이 급등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른바 ‘부재(不在)의 경제학’이다. 절판 등으로 공급은 한정된 상태에서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1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사후 출간된 ‘스티브 잡스’는 사전 예약만으로도 미국 아마존에서 100대 베스트셀러 중 15위에 들었다. 국내서도 예약이 폭주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등의 저술도 2010년 그의 타계 이후 품귀 현상을 빚은 바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