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르포] 박원순 후보 “鄭, 네거티브 계속하면 법적 대응” 발끈
입력 2014-05-26 03:26
선거운동 나흘째인 25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배낭을 메고 지하철역에 등장했다. 운동화를 신고 배낭을 멘 박 후보를 본 시민들은 낯섦과 친근감을 동시에 느끼는 듯했다.
오후 3시45분쯤 박 후보가 서울 강북구 수유역 지하상가에 들어서자 20~30대 청년 80여명이 ‘인증샷’을 찍겠다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캠프 관계자가 줄을 세워야 할 정도였다. 그래도 박 후보는 지친 기색 없이 20여명의 청년과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눴다.
그는 미화를 담당하는 아주머니의 손을 꼭 맞잡은 채 이것저것 상세하게 묻기도 했다. 일이 힘들지는 않은지, 정규직 전환은 됐는지 등에 대한 물음이었다. 젊은 부부는 박 후보의 저서에 자녀 이름으로 서명을 받은 뒤 “우리 아이들이 (박 후보 이야기를) 알아들으려면 시간 좀 걸리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후보의 배낭은 이번 선거운동 변화의 상징물이자 유세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망을 빠뜨리지 않고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아예 거리 유세 명칭을 ‘박원순의 배낭’이라고 이름 붙였다.
하루 선거운동의 첫 시작은 오전 7시45분 서울 도봉산에서 등산객을 만나면서였다. 같은 당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도 편안한 옷차림으로 동참했다. 이들은 등산객들에게 어디에 사는지, 등산을 좋아하는지 등을 물으며 인사했다. 등산로의 상인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면서 지지를 부탁했다.
박 후보는 내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도봉산에서 만난 한 남성은 “직장 동호회에서 박 후보의 일정을 확인하고 직접 찾아왔다”며 그를 반겼다. 등산용품을 판매하는 김서진(58)씨는 “역대 어느 시장보다 청렴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뵈니까 소탈하고 서민적이어서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인삼 음료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인삼 한 뿌리 들고 가시라”며 박 후보의 손을 잡아끌기도 했다.
도봉구 방학로 도깨비시장에선 바쁘게 걸음을 옮기다가도 뒤에서 지지자들이 자신을 부르면 되돌아가 함께 사진을 찍고 단 몇 마디라도 대화를 나누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에겐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추며 “(당선되면) 시장실에 꼭 놀러오너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운동은 작더라도 시민들의 요구와 어려움을 들어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아시아 지식기반 허브 육성계획’과 전통시장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부드러운 미소로 현장을 누비던 박 후보는 오후 2시 종로구의 선거캠프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비판 기자회견을 하며 비장한 각오를 선보였다. 그는 “아무리 험한 정치판이라 해도 넘지 말아야 할 금도가 있다”며 “정치인 가족이라 해서 근거 없이 고통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굳은 얼굴로 “음해와 흑색선전으로부터 제 가족을 지키는 것은 시장 후보에 앞서 가장으로서의 의무”라며 “가능한 모든 법적·정치적·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측 대변인이 박 후보 부인의 출국설(說)을 거론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무책임한 네거티브 공세에 가만있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후보는 수유시장, 성북구 복합미디어지원센터 예정 부지, 길음시장 등을 돌며 같은 당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 후보는 “시장을 해보니 구청장이 중요하더라”면서 “구청장 협조가 안 되면 (서울시장은) 반쪽밖에 안 된다. 우리 당 구청장과 시·구의원 후보 모두 당선되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박 후보는 오후 7시 서울 장위전통시장 선거운동 유세로 이날 공식 일정을 마쳤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