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스피 웃고 있지만… “다시 보자, 해외 4대 변수”
입력 2014-05-26 02:31
연초 부진하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거듭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에 힘입어 ‘강철 박스권’ 상단을 불리던 2000포인트도 어느 정도 돌파했다는 평가다. 국내 수출의 증가세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다만 국내 주식시장에 만연했던 관망세가 완벽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연중 최고치를 다시 쓰는 와중에도 정작 지수의 상승 폭은 크지 않고 거래량 역시 부진해서다. ‘바이 코리아’ 기조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ATM 코리아’로 돌아설 수 있는 대외 변수들이 많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014년, 어려운 해 될 수밖에”=“주식시장이 그저 그런 상태인 상태가 6개월이다. 올해 수익을 크게 낸 사람은 별로 없고, 나빠질 확률은 더 커 보인다. 유의미한 수준의 조정이 없는 상태로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맴돌고 있으며 변동성은 크게 낮아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러스 쾨스터리치 최고투자전략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2014년 주식시장은 생각보다 어려운 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날 미국의 경제·산업전문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올 여름 주식투자에서 고려해야 할 국제적 변수가 4가지라고 밝혔다. 그가 밝힌 4가지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유혈 사태, 유럽 채권금리 문제, 중국 경기둔화 우려, 미국 채권금리 문제 등이다. 쾨스터리치는 4가지 요인 가운데 한 가지라도 현실화되면 “시장은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진짜 나빠질 수도 있다”고 단언했다. 거물 자산운용 전략가로서 투자자들의 지나친 경계감을 지적해온 쾨스터리치임을 감안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의 경우 과도하게 올랐던 채권금리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부채가 꾸준히 늘어나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각하다는 점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최근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한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예기치 않게 급격한 성장 저하를 경험하면 이는 중국만의 위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흥국 자금 유출로 직결될 것이 뻔한 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속도 및 시기도 고려해야 한다. 쾨스터리치는 “채권시장에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뉘앙스 변화 등의 리스크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비교적 영향력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 변수는 4가지 가운데 “시장이 거의 신경을 안 쓴다”고 표현된 우크라이나 상황밖에 없었다.
◇발목 잡는 불안요인들=대외 변수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빼내면 국내 증시는 휘청이는 흐름을 반복해 왔다. 쾨스터리치의 4가지 변수 가운데 국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것은 중국 상황이다. “세계 2위 대국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쾨스터리치의 말처럼 국내 증시 전문가들도 중국에 대해 섣부른 낙관을 펼치지 않는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25일 “중국 정부의 미니 경기부양책은 소폭의 경기진작을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도 “최근 철광석 가격 하락 지속, BDI(벌크선 운임지수) 재하락, 자산관리공사 신다의 주가 하락 등은 여전히 디레버리징 움직임이 지속될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부동산 시장 가격 둔화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중국 경기반등에 대해 강하게 베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만 넘어서면 차익 실현을 위해 쏟아지는 주식형 펀드 환매 물량도 투자자들의 고민을 키운다.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공모형 국내 주식형 펀드는 1조2625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박스권 증시의 추가 상승을 믿지 못한 기관과 펀드투자자들의 태도가 발목을 잡은 장면이다.
이 장면들에 익숙한 투자자들의 눈치 보기는 여전하다.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이 4조원을 넘은 거래일은 단 2일이었다.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새로 쓸 때에도 거래대금은 3조원대였다. 이 때문에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일시적인 반등일 뿐 지속력은 장담할 수 없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