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본토 겨냥 北 미사일 상승단계서 韓 해상 요격 주문
입력 2014-05-26 03:52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 구축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타격이 목표인 우리의 저고도 방어체계인 KAMD에 반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원은 특히 “한국이 해상기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를 갖출 것을 지지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역시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 직후 상승단계에서 한국이 해상에서 요격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소식통들에 따르면 하원 군사위는 지난 22일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 보고서에서 “한국이 KAMD에 미국의 기술을 적용한다면 지역안보와 양자적 협력관계가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가 KAMD를 거론하며 미국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명시적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또 “한국이 현재 해상기반 탄도미사일 체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가까운 시기에 이 기술을 수출하기 위한 논의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구체적으로 “한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해상에서 요격하는 SM6 대공미사일 도입에 관심을 갖고 있고 SM3 대공미사일 도입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방부에 따르면 KAMD와 MD는 현격히 다르다. KAMD는 한반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사거리 600㎞ 내외의 북한 스커드 미사일과 이보다 사거리가 긴 노동미사일, KN-02 등 중·단거리 미사일을 고도 100㎞ 이하에서 요격하는 저고도 방어체계이다. 반면 미국 MD는 북한의 사거리 5500㎞이상의 장거리 미사일을 상승단계·중간비행단계·재진입 및 종말단계에서 각각 요격하는 체계다.
미사일을 타격하는 수단도 다르다. 한국은 미사일이 공격지점을 향해 떨어지는 하층단계에서 요격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PAC-2 또는 PAC-3)을 사용하지만 미국은 단계별로 각각 다른 타격수단을 활용한다. 상승단계에선 항공기에 탑재한 레이저무기로, 중간비행단계에선 알래스카 등에 배치한 지상배치요격미사일(GBI)과 해상 고고도 방어용 SM-3미사일로, 재진입 및 하층단계에선 중고고도방어체계(THAAD)와 애로 미사일, PAC-3로 요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원 군사위가 거론한 해상 기반 탄도미사일 요격체제는 경우에 따라선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한반도 주변에서의 상승단계와 중간비행단계에서 활용될 수 있는 체계다. 그럴 경우 한국의 타격 목표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북한에도 자극을 줄 수 있다. 미사일 파편 등이 북한 영토 내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이 역할을 맡아주면 국방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미사일방어망도 보다 촘촘하게 구축할 수 있다. 우리 정부의 강한 부인에도 MD 편입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로선 MD 편입은 큰 부담이다. 불필요하게 북한과 중국을 자극할 수 있고 또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25일 “MD와 KAMD는 방어 대상과 기술 여건상 차이가 크다”며 “MD에 편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배병우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