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관련 부적절한 발언… 기독교 ‘뭇매’
입력 2014-05-26 02:23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부 목회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반기독교 여론이 거세다. “경솔한 발언을 삼가자”는 목소리가 교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안기련) 회장 유재명 목사는 2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부회장이던 조광작 목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뒤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 안기련 부스에 유가족들이 찾아와 지속적으로 항의했다”고 말했다.
안기련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기독교 인사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한국 기독교공동체의 일원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깊이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누구라도 함부로 입을 열어서는 안 된다”면서 “침묵하며 회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목회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다음 아고라에 “목사라 해도 그들의 말이 모두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상처를 입었을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불필요한 말을 삼가고 지속적으로 위로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장신대 홍인종(목회상담학) 교수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게 위기극복 사례를 제시하며 섣불리 ‘당신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는 식의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롬 8:28)와 같은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조급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옆에서 지켜보며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지난 20일 한기총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질타가 이어졌다. 조 목사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한 말인데 표현이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고 해명한 뒤 한기총 부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도 지난달 말 미국 LA를 방문했을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미개한 국민’이라 지칭했던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을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사랑의교회 관계자는 “발언 내용이 진의와 달리 와전됐다”며 “‘미개하다’는 말은 유가족이 아니라 그들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들을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