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교회 대북 상대는 북한 백성… 지원 지속돼야”
입력 2014-05-26 02:22
우리 정부의 5·24 대북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는 지난 23일 “우리 기독교인은 하나님을 믿는 자율적 백성으로, 때를 얻든 못 얻든 대북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지원사업과 남북 민간교류 등을 전면 중단한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 4주년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박 목사는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에서 한국기독교학회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통일과 한국교회’ 심포지엄에서 “교회는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교회의 대북 상대는 북한 정부나 당이 아닌 북한 백성”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목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비유로 들면서 한반도 문제를 ‘골치 아파’하지 말고 ‘가슴 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과 교조주의에 충실한 레위사람이나 제사장처럼 북한 체제가 골치 아프다며 피하지 말고, 강도 만난 북한 주민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선을 베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을 베푸는 것의 하나로 박 목사는 ‘독일의 정치범 석방 거래’처럼 대가를 치르고라도 중국에 있는 탈북동포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독은 동독에 대가를 주고 동독의 정치범을 데려왔는데 1963년부터 통일 직전 해인 1988년까지 총 2만9766명이 이 같은 방법으로 동독을 빠져나왔다.
박 목사는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당국 차원의 막힌 ‘담’을 헐어주는 ‘화해와 소통’의 역할뿐 아니라 당국의 선한 정책은 지원하고 적대적 정책은 비판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도홍 백석대 교수도 한국교회의 순수한 대북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분단 시절 세계루터대회를 위한 동서독 교회의 협력을 예로 들며 “교회의 사랑은 뭔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것을 되갚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선교를 전제로 하거나 남북 교회의 윈-윈을 내세운 사랑은 이미 순수성을 잃은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순수한 사랑으로 북한 주민을 감동시키고 북한 정권도 감동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선 한국기독교학회장인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이 기조연설을 했으며 이원규 실천신학대학원대 석좌교수와 허호익 대전신학대 대학원장도 각각 ‘한국교회의 절망과 희망’ ‘남남 갈등과 통합적 통일신학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부천=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