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나서 버려진 아이들 거두는 동안 입양특례법 재개정안 16개월째 국회서 낮잠

입력 2014-05-26 02:18


교회들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버려진 생명을 거두는 동안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발의된 개정안은 1년 이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경기도 군포에 제2호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진 만큼 입양특례법 개정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 등은 국회에 입양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입양기관의 장이 버려진 아기의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아이를 입양시키기 위해서는 친부모가 반드시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분 노출을 꺼리는 부모들이 아이를 그냥 버리고, 버려진 아이는 출생신고를 못해 입양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계속되고 있다. 백 의원은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자신이 직접 양육하기 어려운 영아를 입양기관에 입양을 의뢰하는 대신 유기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가족관계등록을 직접 하지 않고 입양기관의 장이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코자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재개정안은 1년4개월이 넘도록 계류 중이다. 담당 상임위에서 기초연금법 등이 주로 다뤄지다 보니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아기의 생명에 관한 문제인 만큼 빠른 처리를 부탁했는데도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요청하겠지만 상정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들도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길거리에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재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국제적 기준을 반영해 만든 현행법의 취지가 퇴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법의 국제적 기준이 된 헤이그 협약은 아동이 출생가족과 출신국의 보호 아래 있을 수 있도록 국가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백 의원은 “미혼모가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행법은 지나치게 국제적 기준에만 매달리고 있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미혼모 시설이 확충될 때까지 3년여간이라도 재개정안대로 하자는 제안을 할 용의가 있는데도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느라 1∼2년을 허비하는 사이 수많은 생명이 길거리에 유기되거나 낙태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기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머뭇거리는 사이 아이들의 생명이 희생된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국회에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등이 지난해 7월 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버려진 아이의 경우 부모가 뚜렷하면서도 양육 능력이 없어 입양을 위해 사회복지시설에 위탁된 경우에는 사회복지단체의 장 등이 출생신고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올해는 상임위에 처리해야 할 이슈가 많고 선거도 있어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