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거부, 키스도 못해봤다”… 美 ‘외톨이 대학생’ 묻지마 살인
입력 2014-05-26 04:07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20대 대학생이 자신을 거부했다며 여성들을 원망하는 ‘살인 예고’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린 뒤 칼과 총으로 6명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다.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는 미국이지만 그 잔인성과 어처구니없는 범행 동기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범인이 정신적 장애를 가졌던 것으로 추정되면서 정신 질환자들도 손쉽게 총기를 취득할 수 있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오후 9시30분쯤 영화 ‘헝거 게임’의 조감독 피터 로저의 아들 엘리엇(22)은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근처 해변의 소도시 아일라비스타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남자 룸메이트 세 명을 칼로 찔러 희생시켰다.
엘리엇은 곧장 ‘여학생 클럽’으로 가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건물 밖에 서 있던 세 명의 여성에게 총을 쏴 그중 UCSB 재학생 2명을 숨지게 했다. 엘리엇은 이후 근처 식품점 안에 들어가 UCSB 남학생 한 명을 총격으로 죽였다. 그는 BMW를 타고 다니며 행인에게 총을 난사했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 두 명을 치기도 했다. 그의 만행으로 6명이 숨졌고, 13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오후 9시40분쯤 BMW 안에서 그의 시신을 찾았다. 머리에는 총상이 있었으며 경찰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안에는 합법적으로 구매한 반자동 권총 세 자루와 남은 총알 400여발도 발견됐다.
엘리엇은 아일라비스타에 살면서 2년제 지역 대학인 샌타바버라 시립대에 다니고 있었다. 그의 가족은 몇 주 전 그가 자살과 살인에 관한 유튜브 비디오를 올린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관이 이후 그를 면담했다.
경찰관은 면담 후 엘리엇에 대해 “아주 예의 바르고 친절하며 훌륭한 사람”이라면서도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여자친구가 없다”고 말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샌타바버라 카운티 빌 브라운 경찰국장은 범인이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었다고 전하고 “이것은 계획된 대량살인”이라고 규정했다.
‘엘리엇 로저의 응징(Retribution)’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에는 엘리엇이 BMW 운전석에 앉아 7분간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는 “내일은 응징의 날”이라며 “여자들은 다른 남자들에게는 애정과 섹스, 사랑을 줬지만 내게는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다. 나는 22살인데 아직도 숫총각이고 여자와 키스해 본 적도 없다”며 외로움을 호소했다.
이어 “여대생 기숙사에 있는 여자들을 모조리 죽이고 아일라비스타의 거리로 나와서 모든 사람들을 죽이겠다”며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여러분들 모두를 해골의 산과 피의 강으로 만들고 싶다”며 세상에 대한 극단적 적개심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신병력이 있거나 정서적 장애가 있는 젊은이들에 의한 총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2012년 27명이 사망한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12명 사망·58명이 부상한 콜로라도주 오로라시 영화관 난사, 개비 기포드 당시 연방 하원의원이 부상한 애리조나 투산의 총기난사 사건 등이 모두 친구와 사귀지 못하는 외톨이형 10, 20대 젊은이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에 따라 청소년 및 젊은이들의 사회성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