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4 지방선거 (15·끝) 서울시장] 정몽준 후보는… 여성표심 집중 공략 ‘앵그리 맘’ 달래기

입력 2014-05-26 02:13


“얘들아. 너희 피파(FIFA) 알아? 대한축구협회 회장 했던 아저씨야.”

‘심장병 어린이 돕기 줄넘기 대회’가 열린 잠실학생체육관 앞 주차장, 키 180㎝에 몸무게 80㎏이 넘는 중년 남성이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 모여 있던 어린 아이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에 취재진까지 몰리자 아이들은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그를 알아보는 눈빛도 있었다. 뒤쪽에 있던 아이들 몇몇이 “정몽준이다”라고 수군거렸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는 25일 아이들과 스킨십을 가지는 등 젊은 엄마들의 표심(票心)을 적극 공략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6·4지방선거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앵그리 맘’의 마음을 달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지지층으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정 후보는 운동화 차림으로 부인 김영명씨와 함께 등장했다. 만나는 아이들마다 악수를 건네고 선수대기실까지 찾아가 대회에 출전하러 온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 장내에는 대회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난감해하던 부인 김씨는 “애 아빠! 빨리 가야 된대”라며 정 후보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축사를 마친 정 후보는 체육관을 나오던 도중 갑자기 정장 상의를 벗더니 바닥에 있던 줄넘기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주차장 부근 널찍한 공간으로 나와 연습하던 아이들과 함께 줄넘기를 즐기고 기념촬영을 했다.

오후 첫 일정은 송파구립 산모건강증진센터 방문이었다. 산모와 영아들이 모인 장소라는 점을 고려해 캠프 인사 중에선 여성인 유경희 대변인만 대동하는 등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정 후보는 센터를 둘러본 뒤 나와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정 후보는 “앞으로 최소한 구마다 1개 정도는 구립 산모건강증진센터가 꼭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출산 후 경력단절을 언급하면서는 “산모들이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는 우선 공공기관부터 출산 가산점 2% 정도 주는 것을 생각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마트폰을 흔들면 가까운 경찰서로 위치 신고가 되고 경찰이 긴급 출동하는 시스템도 개발·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기 아버지의 출산휴가를 강제 규정으로 두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안전·일자리·환경’을 시정의 최우선 과제로 내건 정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은 시장 임기 동안 1조원을 투입해 지하철 노후 차량·시설을 전면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서울시 개발 모델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용산 국제업무지구 조성, 뉴타운 재개발 사업 등 대형 공약들이 눈길을 끈다.

여성·어린이들과 만나 ‘로키(low-key)’ 행보로 지지를 호소하던 정 후보는 ‘길거리 마이크 유세’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를 정조준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정 후보는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사거리 부근에서 “3년 전 박 후보는 당시 나경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를 ‘1억원 피부과’ 네거티브로 이긴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데 자기는 그런 것 한 적 없다고 한다. 그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또 얼굴 옆과 등이 나오도록 찍은 박 후보의 선거 포스터도 문제 삼았다. 그는 “어두운 분위기로 찍었는데, 박 후보도 사람인데 체면이 있고 면목이 없지 않겠느냐”며 “3년 전 네거티브(로 승리)했으니까 서울시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렇게 포스터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잠실야구장에서 야구 돔구장 건설 공약을 발표하는 등 공식 일정 4개를 끝으로 오후 3시30분쯤 선거운동을 마무리지었다. 지방선거가 불과 열흘 남았고 주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으로 적은 일정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