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콧대 높던 이통사들, 읍소작전 나선 까닭

입력 2014-05-26 02:01


이동통신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가입자 수를 늘려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롱텀에볼루션(LTE) 기술과 서비스 품질을 자랑하면서 광고 경쟁을 벌이고 서로 비방하던 이통사들은 길거리에서 소비자를 잡는 ‘읍소’ 전략을 선택했다.

SK텔레콤 임직원들은 45일간의 영업정지 후 가입자 유치를 시작한 지난 20일 전국 핵심 상권 70여곳에서 영업 재개를 알리는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부산의 일부 대리점은 지난 주말 영화관을 대관해 무료 영화를 상영하는 고객 초청 행사를 열었다. 전북 익산의 한 대리점은 매장 앞에 판촉용으로 설치한 텐트에서 고객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서비스도 진행했다.

KT는 최근 대전 지역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물 젖은 빵’과 우유를 나눠주며 영업에 나선 일화를 공개했다. 연휴 기간에는 전국에서 수백명의 직원들이 쉬지 않고 산 공원 길거리 등 인파가 모이는 곳으로 나가 서비스 안내 책자를 돌리며 ‘맨발 투혼’을 벌였다.

TV만 틀면 자랑 일색이던 이통사들이 절박하게 뛰는 것은 새로운 가입자 유치뿐만 아니라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 것마저 힘겨워진 시장 상황 탓이다. 포화 상태인 이통시장, 잇따라 터진 사고들,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45일간의 영업정지로 시장점유율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최악의 통신 장애로 ‘통화품질 자부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최고경영자(CEO)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처지에 몰렸고, 영업정지까지 겹쳤다. KT도 지난해부터 계열사 대출 사기사건, 사상 최대 규모였던 980여만명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영업정지까지 겹쳤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25일 “오랜 영업정지가 끝나면서 고객과의 접점을 찾는 마케팅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며 “출고가 인하, 요금 할인 등과 함께 고객 밀착형 영업이 가입자 확보에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