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대회때 32개 패널로 만든 월드컵 공인구 첫 사용
입력 2014-05-26 02:03
월드컵의 역사는 공인구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회를 거듭할수록 과학기술과 개최국의 역사·문화를 접목한 공인구가 탄생하면서 월드컵 역사도 더욱 풍성해졌다.
공인구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30년 초대 월드컵 결승에서 만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서로 자국 볼을 사용하겠다며 맞섰다. 결국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재로 전반은 아르헨티나의 볼을, 후반에는 우루과이 볼을 사용하도록 했다.
1970 멕시코월드컵에 처음 공인구가 등장했다. 아디다스가 만든 ‘텔스타’라는 공인구는 갈색 볼이 주류를 이뤘던 축구볼과 달리 TV화면에 더 잘나오도록 흰색과 검은색을 섞은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손으로 꿰맨 32개의 패널(12개의 검정 오각형 모양과 20개의 하얀 육각형 모양)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른 공과는 달랐다.
1974 독일월드컵에서는 ‘텔스타’와 ‘칠레’가 동시에 사용됐다. 공인구가 2개 사용된 유일한 대회다. ‘칠레’는 모든 면이 흰색으로 이뤄진 신제품으로 주로 야간 경기 때 사용됐다. 1978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 사용된 ‘탱고’는 탄력과 회전력이 월등히 좋았고 오각형 패널에 삼각형 무늬가 새겨져 호평을 받았다. 1982 스페인월드컵 때의 ‘탱고 에스파냐’는 최초로 방수 가죽을 사용해 공이 물에 스며들었을 때 무거워지는 것을 최소화했다. 천연가죽과 폴리우레탄이 결합된 최초의 공인구로도 알려져 있다.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는 고지대 습한 기후와 딱딱한 경기장에서도 탄력을 잃지 않는 축구공 ‘아즈테카 멕시코’가 등장했다. 이때부터 월드컵 개최지 특성에 맞는 기능성 공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월드컵 공인구는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투르스코 유니코)과 1994 미국월드컵(퀘스트라), 1998 프랑스월드컵(트리콜로)을 거쳐 발전을 거듭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사용된 ‘피버노바’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함께 가스를 충전시킨 작은 캡슐을 볼 바탕에 넣어 축구공의 반발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2006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가이스트’는 기존 32개의 조각이 아닌 14개의 조각으로 이뤄졌다. 축구공 조각을 줄이는 것은 완전한 구형에 가깝게 만들어 공의 불규칙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2010 남아공월드컵 ‘자블라니’에선 14개의 조각이 8개로 줄어든 데다 축구공 표면에 미세 특수 돌기를 적용해 볼 컨트롤과 슈팅 정확도를 눈에 띄게 높였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브라주카’를 사용한다. 브라주카는 포르투갈어로 ‘브라질 사람’을 뜻하는 말로, 브라질 특유의 열정적인 삶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6개 폴리우레탄 패널의 테두리를 따라 오렌지, 초록, 파랑 등의 색상이 배치돼 역대 가장 색채감이 풍부한 공인구가 됐다. 또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적은 6조각으로 만들었고, 우천시에도 같은 무게와 원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서완석 국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