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복원력을 회복하는 길
입력 2014-05-26 02:14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센델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이뤄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공동체가 지닌 아름다운 덕 즉, 공동선이 심각하게 파괴됐다고 지적한다. 현대사회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시장원리가 생활 곳곳에 파고들면서 ‘돈이면 다 되는’ 영역이 계속 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돈을 내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임신대리모를 고용하여 아이를 낳고, 전쟁을 대신 수행하며, 범죄자를 수용 및 교화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은 환경과 생명조차 돈으로 거래하려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나 시민의식은 돈으로 거래할 수 있는 물건에 지나지 않게 된다.
6825t의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는 것은 급격한 선회다. 그러나 급격히 선회를 한다고 해서 모든 배가 전복되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는 복원력(復元力)을 상실했기 때문에 전복된 것이다.
복원력이란 선박에 있어서 평형을 유지하던 배가 외부의 힘을 받아서 기울어졌을 때 중력과 부력 등의 힘이 우세하게 작용해 물체를 본디 상태로 되돌리는 힘을 말한다.
세월호는 기본설계 변경으로 선박의 무게중심이 높아져 있었다.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평형수 1564t 중에 801t을 버리고, 화물최대적재량 1077t을 어기고 확인된 적재량만 무려 2142t이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안전 운항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무너뜨렸을 때 세월호는 이미 복원력을 상실하고 침몰했다.
프랑스의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아베 피에르 신부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갈취하고 이용하는 자들을 언급하며 이들이야말로 지옥에 사는 자들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들은 공공의 선을 무너뜨리며 사회의 복원력을 상실케 한다. 반대로 천국에 사는 자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궁핍에 귀를 기울이고, 나눔과 교류, 유무상통의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천국에 사는 자들은 남을 살리고 자신도 사는 상생(相生)의 사람이다.
이제는 우리가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 혼자 만족하는 길이 아니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아쉽게도 복원력을 상실한 정치권이나 일반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맘몬을 숭상하는 세상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신 인간을 귀히 여기는 교회 공동체만이 할 수 있다. 베드로는 영적 전쟁을 행하는 성도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노니 너희가 다 마음을 같이하여 동정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불쌍히 여기며 겸손하며”(벧전 3:8)라고 권면한다. 여기서 ‘동정’(同情)이라 번역된 ‘sumpathes’는 단순히 남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난을 나눔’이란 뜻이다.
교회가 세상에서 밟히고, 얻어맞고, 쫓겨나고, 울고 애통하는 자들과 함께 고난을 나눌 때 비로소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사회의 복원력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