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심공약 만지작거리는 후보에겐 표로 심판을

입력 2014-05-26 02:01

선거철만 되면 도지는 포퓰리즘이 6·4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지방정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공약으로 내걸거나 이미 백지화됐거나 실패로 끝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한 후보들이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소속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단박에 내 고장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줄 것처럼 갖은 미사여구로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용산 역세권 개발과 한강르네상스사업, 보육교사 공무원화,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지역공약은 165개로 이 가운데 80%가 개발사업이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선거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공약을 이행하는 데 2015년부터 4년간 각각 5조5000억원, 27조1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각 당이 밝힌 재원 조달 방안에선 구체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국가재정 증가율에 따른 지출증가분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줄여 지방 지원을 확대하고 법인세를 올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정치권이 고장 난 녹음기마냥 되풀이해 읊조리는 레퍼토리다.

실천 불가능한 선심공약으로 표를 얻겠다는 정치권의 오랜 병폐를 바꾸려면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과거 선거에서 뉴타운 개발, 무상급식 공약에 현혹된 나머지 생활의 질이 이전보다 떨어진 곳이 적지 않고,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지자체가 허다하다. 포퓰리즘은 불로소득과 공짜를 바라는 유권자의 잘못된 선택을 먹고 자란다.

사업의 구체적 목표, 우선순위, 실천 방법, 이행기간, 재원마련 방안 등이 명확하지 않은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표만 바라는 선심성 공약들을 남발할 경우 결국 지자체의 부실을 키우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선심성 공약이 발붙일 수 없도록 유권자 단체들이 매니페스토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