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교수들 전쟁책임 ‘고백’ 잇따라
입력 2014-05-25 16:17
[쿠키 사회] 일본 대학 교수들의 ‘전쟁책임과 죄책고백’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내 정치인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숙제이자 아시아의 난제를 일본 지식인들이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을 축으로 동북아 문화공동체 구축을 위해 노력해온 동북아시아문화학회(회장 남송우 부경대 교수·부산문화재단 대표)는 일본 후쿠오카 세이난가쿠잉대에서 후쿠오카 동아시아학회(회장 치히로 토구미사)와 공동으로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교류와 전망’이란 주제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세이난학원대 명예고문이자 규슈대 명예교수인 테라조노 요시키(寺園喜基) 교수는 ‘일본대학에 있어서 전쟁책임과 죄책고백’이라는 제목의 기조강연을 통해 일본 아오야마학원대, 메이지학원대, 세이난학원대 등 3개 대 학의 전쟁책임과 죄책고백 사례를 소개했다.
이 강연에 따르면 1937년 시작된 중일전쟁이 1941년 아시아·태평양전쟁으로 확대돼 각지에서 일본의 패배가 잇따르자 일본은 병력증강을 위해 43년 10월 학도동원령을 내린다. 이에 각 대학 고교 전문학교 등의 학생들이 전쟁에 동원된다.
아오야마학원대는 1993년 학도출진 50주년을 계기로 ‘아오야마학원대 프로젝트 95’를 결성해 학도진출현황, 대학의 전쟁책임을 묻는 교수와 학생들의 증언 등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전쟁의 희생자와 피해자에 대한 고뇌와 가해자로서의 전쟁책임 의식이 담겨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아메미야 츠요시(雨宮 剛) 교수는 “대학은 과거를 반성하고 전쟁에서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해야한다. 우리가 신에 대하여, 학교 스스로에 대하여 일본사회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일본침략전쟁에 희생된 아시아인들에 대한 고백이다”고 주장했다.
메이지학원대도 1995년 메이지학원대 21세기포럼 패전 50주년 사업위원회를 통해 교육기관으로서 전쟁에 개입한 책임을 인정했다. 또 전쟁이후 이런 사실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던 것을 전후 책임으로 표명하고 사죄했다. 당시 이 대학 나카야마 히로마사(中山弘正) 원장은 “전쟁 동원이 국가권력에 강요당했다는 사실과 학교가 전쟁에 협력한 결과 학생들을 전장에 보내 아시아 여러 나라를 침략하는 죄를 범한 것에 대해 신과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이난학원대는 2013년 학도출진 70년을 맞아 세이난학원대와 전쟁 검토위원회를 설치하고 학도출진 전사자 추도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이하라(伊原) 교장은 “우리는 전쟁의 교전국에 대해 식민지 지배를 했으며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막대한 슬픔과 피해를 입히고 전쟁 후 60년이 지난 지금도 아픔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 간접적 동일한 책임을 인정하고 아시아 태평양전쟁이 침략전쟁이란 점을 비판하지 않고 학생을 학교의 이름으로 전장에 보낸 것, 그것이 학생뿐만 아니라 동북·동남아시아제국, 호주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 등 6개 항목에 걸쳐 대학의 죄책을 표명했다.
테라조노 요시키 교수는 “3개 대학의 공통점은 모두 그리스도교를 건학정신으로 삼는다는 점”이라며 “전쟁책임을 인식하고 죄책고백을 하는 것은 대학으로서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또 역으로 자만할 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