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사전투표제
입력 2014-05-26 02:45
기자들에게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단위 선거일은 상인들의 ‘대목’과 마찬가지다. 선거운동 기간도 바쁘지만 특히 투표일 개표가 마감될 때까지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맡은 업무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 기자들은 투표 전 특정 장소에서 대기하며 투표 개시와 함께 현장의 상황을 계속 보고해야 한다. 투표는? 당연히 쉽지않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 부재자신고를 하고 부재자투표를 하는 것도 어렵다. ‘투표합시다’라고 기사를 쓰면서 정작 자신은 투표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일이 크게 줄어들 것 같다. 사전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신청하거나 준비할 필요 없이 신분증만 있으면 오는 30∼31일 사이 전국 각지의 주민센터 등 3500곳이 넘는 장소에서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지난해 통합선거인명부 작성이 완료된 덕분이다. 선거인명부는 그동안 투표구별로 작성됐으나 전산화를 통해 전국 유권자 모두를 하나의 명부로 통합·관리할 수 있게 됐다.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다른 선거구의 투표소에서도 투표할 수 있게 돼 직장 주변이나 혹은 출장지 주변에서도 짬만 내면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전투표제가 앞서 도입된 외국의 경우를 보면 이 제도는 날이 갈수록 활성화되는 추세다. 캐나다의 경우 2008년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6.46%였고, 2011년에는 8.48%였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는 사전투표율이 10%대 중반에 달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4·24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난해 4월 19, 20일 양일간 처음 시행됐던 사전투표 결과 국회의원 3개 선거구의 평균 투표율은 6.93%였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가 시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선거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어 투표율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사전투표제가 투표율 제고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이 수요일로 고정돼 있고, 사전투표는 ‘선거일 전 5일부터 2일간’ 실시하게 되어 있어 사전선거일은 항상 금·토요일이 되는데 이왕이면 일요일까지 포함시키는 게 낫다는 얘기다. 10일 이상 사전투표일을 두는 나라도 많고 투표율 높이자는데 반대할 명분도 없는 만큼 규정을 ‘선거일 전 5일부터 3일간’으로 바꾸는 게 큰 문제는 아닌 듯싶다.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