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美서 제값 받겠다”… 뒤에선 신형쏘나타 최저가 낮춰
입력 2014-05-24 03:45
현대자동차의 국내외 가격정책 이중 잣대가 다시 논란을 지피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출시될 신형 쏘나타의 최저가를 직전 모델보다 30만원 정도 낮췄다. 국내에서 지난 3월 말 판매를 시작한 신형 쏘나타의 최저가는 45만원 올렸었다. ‘제값 받기’ 마케팅 전략을 강조해온 현대차가 국내 시장을 또다시 차별한 모양새가 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22일(현지시간) 2015년형 쏘나타 가격을 2만1150달러(약 2167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4년형 YF쏘나타의 기본 모델 가격 2만1450달러보다 300달러(약 30만7000원) 낮아졌다. 밥 프라드진스키 미국 판매 담당 부사장은 “강력한 가치는 언제나 현대의 주춧돌이었고 2015년형 쏘나타는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최저가 인하를 강조했다. 외신들도 현대차가 쏘나타 가격을 낮췄다는 데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이런 현대차가 한국에서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값 받기’를 통해 어려운 시장 상황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에서 싸게 팔던 관행을 버리고 이제는 받을 만큼 받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미국 신형 쏘나타 기본 모델이 국내에서 내놓은 동급 모델의 세전 가격 2020만원(세후 가격은 2395만원)보다 150만원 정도 비싸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원화 강세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미국에서의 제값 받기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파는 신형 쏘나타 가격을 보면 과연 제대로 된 값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대차 주장은 국내 가격을 높이고 미국 가격을 낮춰줬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엔진 배기량 2.4ℓ 모델을 기준으로 2014년형 YF쏘나타에서 최고 사양을 갖췄던 리미티드 테크 등급의 가격은 3만 달러에서 2015년형의 경우 3만25달러로 거의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가격이 등급에 비례해 매겨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미티드 테크 아래 등급의 가격이 25달러 이상 올랐다고 보긴 어렵다.
리미티드 테크 위에 새롭게 추가한 리미티드 얼티메이트 등급(3만1575달러)을 제값 받기 사례로 내세우지만 2015년형 쏘나타에는 비교 가능한 모델이 없다. 현대차는 신·구형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며 나머지 등급별 가격이 어떤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강조하는 가격 인하가 제값 받기라면 그동안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는 얘기도 된다. 이들이 미국에서 최저가 인하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놓고 국내에선 미국 쏘나타 제값 받기를 강조하는 건 국내 소비자의 불만 때문이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실제 가격 정책은 쏘나타 모델을 6종에서 8종으로 늘리면서 하위 모델 가격을 낮추고 고급 모델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현지 일간 USA투데이는 이런 전략이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포드 퓨전 등과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