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이사회 합의못해… 집안싸움 봉합 실패
입력 2014-05-24 02:53
국민은행이 23일 전산 시스템 전환을 둘러싼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이사회가 다시 소집될 예정이지만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간 갈등의 골이 깊어 사태가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이사회 날짜는 이사들의 개인 일정 조율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 행장이 이날 출근길에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해 극적 타결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1일 이 행장이 사외이사들을 만나 해결책을 논의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3시간이나 이어진 마라톤회의는 성과가 없었다. 외부인사와 사외이사, 국민은행 임직원 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이 나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하는 것은 오히려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직전 열린 감사위원회에서도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위원이 제기한 의혹과 유닉스시스템의 성능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 행장은 그러나 “분쟁이나 갈등이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사회를 거수기라고 비판하다 토론이 이뤄지니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서로의 입장 차가 커 다음 주에도 합의안 도출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일부 이사들은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이사회에 보고도 없이 금감원에 감사를 요청하고 전산 시스템 변경에 대해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한 데 대해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 당국이 검사에 나선 상황이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일단 국민은행은 전산 시스템 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행장은 “4월 24일 이사회의 결정이 여전히 유효하므로 (입찰) 프로세스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제안서 마감일인 지난 21일에는 SK C&C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날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각종 금융 사고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확인된 경영 실패도 모자라 내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로 표출한 것은 경영진의 무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행장은 노조위원장 등을 만나 사태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KB를 부끄럽게 느끼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노조 면담은 이 행장이 자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