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노량진청과물시장 르포] “언제 무너질지…” 하루 1000명 오가는 시장, 건물 벽마다 금 쩍쩍

입력 2014-05-24 02:40


건물 외벽 곳곳에는 가로세로로 길게 균열이 나 있었다. 상당히 커서 그 틈 사이로 바깥이 보일 정도다. 천장의 철골 구조물은 온통 녹이 슬었고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도 갈라져 콘크리트를 급히 채워 넣었다.

22일 찾아간 서울 노량진 청과물도매시장은 육안으로 보면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1979년 준공된 이 건물은 가락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에 밀려 사실상 시장으로서 역할을 잃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곳의 시장 기능을 폐지키로 했다. 이후 도매시장 건물을 철거하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키로 했지만 7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장사하는 일부 상인과 1000여명의 유동인구는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태다.

건물 곳곳에는 곰팡이와 이끼가 시커멓게 끼여 있었다. 지하실은 더욱 상태가 심각했다. 천장에 칠한 페인트가 떨어져 바닥에 쌓였다. 천장에서 샌 물이 바닥에 스미는 걸 막기 위해 비닐을 깔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군데군데 고인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했다. 고인 물을 빼기 위한 파이프가 설치돼 있었지만 여전히 지하실 내부는 습기가 가득했다. 파이프가 없을 때는 지하실에 찬 물이 지상까지 넘치기 일쑤다.

게다가 최근 이곳에서 채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건물 신축 공사 현장이 들어섰다. 철거가 예정돼 있다 보니 건물주가 따로 안전진단도 받지 않아 상인들은 건물의 안전등급조차 모르는 채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다.

상인 김모(56)씨는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지만 이 건물 내부에 3~4곳, 인근까지 포함하면 상점 60여곳이 여전히 장사하고 있고 하루 유동인구도 1000여명”이라며 “혹시라도 건물이 무너져 세월호 같은 사고로 번질까 걱정된다”며 불안해했다. 해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8)씨는 “옆 공사장에서 발파작업을 하는데 그 진동이 건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지붕이 내려앉을까 무서워 제대로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청과물 상인 또한 “가뜩이나 건물이 낡아 위험한데 소음과 먼지 때문에 손님까지 줄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철거가 미뤄지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011년 10월 수립된 시장정비사업에 따라 지금까지 건축심의가 진행돼 지난달 통과됐다”며 “아직 인가 절차가 남아 있어 이것이 이행돼야 철거할 수 있다. 몇 개월 더 지나야 철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