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인권 전문가 “보코하람 납치 여학생들 돌아와도 삶의 고통 클 것”

입력 2014-05-24 02:23

“설사 돌아와도 그 어린 여자 아이들이 견뎌내야 할 삶의 고통은 엄청날 겁니다.”

나이시 세건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서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전문가다. 그녀는 23일 이 단체 블로그에서 나이지리아 북부 치복 지역에서 지난달 말 이슬람 무장세력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200여명의 여학생들을 이렇게 걱정했다. 설사 아이들이 풀려나도 돌아온 뒤의 삶은 계속 비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건은 나이지리아 북부는 여성 인권이 아주 척박하다고 꼬집었다. 아이들이 학교에는 갔지만 졸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학업 도중 대부분 시집을 가야 해서다. 북부는 조혼 관습 때문에 대부분 15세 전후로 시집을 가고 12∼13세에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곳에선 신혼 1년 차에 임신하고, 출산할 때 주변 도움 없이 혼자 낳아야 건강한 여성으로 인정받는다. 세건은 “출산에 관한 어떤 지식도 없는 어린애들이 그렇게 혼자 아이를 낳다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지어 출산 때 소리를 질러도 바보 취급 당한다”고 전했다.

가정폭력도 심하다고 한다. 아내나 엄마로서가 아니라, 그냥 막 다룰 수 있는 꼬맹이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특히 북부는 가부장적 전통이 유독 강해 남성이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데, 워낙 오지라 도망갈 꿈도 못 꾼다.

세건은 돌아올 아이들의 육체적, 심리적 상태도 걱정했다. 그녀는 미국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납치 사례에 비춰 여학생들이 성폭력을 당하거나 남성에 의해 몸이 훼손됐을 수 있다”며 “종교적 엄격함이 강한 이곳에서 아이들이 돌아와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금은 전 세계 언론이 난리지만, 아이들은 금방 잊힐 것이고 비참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2일(현지시간) 보코하람을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단체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키로 했다. 테러 단체 지정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전부 찬성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