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새겨진 문화와 민족 코드 (5) 이탈리아] 인종차별 시달리는 흑인 간판 공격수 발로텔리
입력 2014-05-24 02:26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24·AC 밀란)는 ‘악마의 재능’을 타고났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천부적인 득점 능력을 자랑한다.
발로텔리는 축구 실력뿐만 아니라 기행으로 유명하다. 영국 여자 교도소 내부가 궁금하다며 자신의 차를 타고 난입하는가 하면 화장실에서 불꽃놀이를 하다 집을 모두 태워버릴 뻔했다. 또 수단 소년병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고 사재를 털어 수단에 학교를 지어 줬고, 길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을 구해 주기도 했다.
발로텔리의 괴팍한 성격은 어린 시절부터 당해 온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한다. 가나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부부에게서 태어난 발로텔리는 이탈리아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는 백인 이웃들 사이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다. 16세의 나이에 루메자네에서 프로로 데뷔한 뒤에도 인종차별이 심한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서 야유를 받았다. 프로 2년차에 명문구단인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이후 놀라운 득점 행진을 벌이자 상대팀 서포터스의 야유와 욕설은 더 컸다. 발로텔리의 성격은 점차 엇나갔고, 결국 ‘악동’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발로텔리는 2012∼2013 시즌 후반기 이탈리아 AC 밀란으로 이적해 12골을 넣었고, 이번 시즌에도 14골을 터뜨리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유럽예선에선 부상과 눈 수술 탓에 5경기 출전에 그쳤는데도 5골 1도움을 기록했다.
발로텔리는 최근 대표팀 훈련 캠프 밖에서 청소년들이 외치는 인종차별 구호에 시달렸다.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했으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발로텔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에 사상 5번째 우승컵을 안긴다면 이탈리아인들에게 ‘검둥이’가 아닌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