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쿠데타, 과거와 뭐가 다르고 후폭풍은… 하루 만에 방송장악·핵심인사 줄 소환 ‘전광석화’
입력 2014-05-24 02:45
태국 군부가 쿠데타 이후 권력 통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 등 정부 유력 인사들은 23일 줄줄이 군 소환에 응했다. 출국이 금지된 인사들만 155명에 이른다. TV방송 등 미디어는 군에 완전히 장악됐다. 하지만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는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고, 태국 경제의 버팀목인 외국인 투자와 관광도 위축될 조짐이다.
◇“이번에는 다르다”=이번 쿠데타는 1932년 이후 19번째다. 성공한 쿠데타로는 12번째다. 가장 최근 성공한 쿠데타는 2006년이다. 군부는 탁신 친나왓 당시 총리를 몰아냈지만 탁신 지지자들은 2011년 선거를 통해 탁신의 여동생 잉락을 총리로 만들었다. 군부의 의도와 달리 탁신 세력에 다시 권력이 돌아가면서 군부 입장에서는 ‘실패한 쿠데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국 학생운동 지도자였던 통차이 위니차쿨 미 위스콘신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군부는 지난번 쿠데타 당시 처방약들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는 교훈을 얻었다”면서 “이번에는 더 과감한 조치와 탄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군부는 과거와 달리 쿠데타 이후 언론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TV 및 라디오 방송국에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군 관련 방송을 송출할 것을 명령했다. 현지 TV는 물론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해외 TV 방송들도 군부가 제공한 내용을 방영하고 있다.
겉으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을 소환하고 있지만 핵심 타깃은 친정부 세력이다. 반정부 세력의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가 쿠데타 직후 체포됐지만 반정부 세력들은 “쿠데타는 우리의 승리”라고 외치고 있다.
군부는 기로에 서 있다. 권력을 계속 가지고 갈지 아니면 정국을 안정시킨 뒤 태국을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로 돌려놓을지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을 정점으로 한 군부가 2006년 쿠데타처럼 쉽게 권력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제사회 비난, 경제·관광 타격=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태국 군에 의한 헌법 정지에 “실망했다”면서 “군사 쿠데타는 전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구속된 정당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미국은 동시에 태국에 대한 원조와 협력을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태국이 조속히 민간정부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일본 등도 태국 사태에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 경제를 받쳐주는 관광 산업과 외국인 투자가 쿠데타 이후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은 6개월 넘게 계속된 시위로 지난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이 862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09년 이후 가장 컸다. 한국 정부는 쿠데타 이후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로 돼 있던 태국 지역의 경보를 2단계(여행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혼다자동차를 비롯해 외국 기업들도 시설 투자를 미루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