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 후보자, 앞으로 과제는… 대통령과 소통 여부에 ‘책임총리’ 성패 달렸다
입력 2014-05-24 02:35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안 후보자의 과제는 본인 스스로 피력한 소감을 통해서도 나타나듯 공직사회 전체의 적폐 척결로 요약된다. 세월호 참사 수습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던 정부 곳곳의 무기력과 비정상적 관행을 과감하게 일소해야 하는 ‘책임총리’의 소임이 주어진 셈이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안 후보자가 해야 할 일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모두 강한 소신을 갖고 있고 한번 결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밀어붙이는 뚝심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그런 만큼 서로 부딪힐 소지가 다분하다. 바로 이런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신뢰가 형성돼 있느냐에 따라, 그리고 박 대통령이 안 후보자에게 얼마만큼의 자율성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책임총리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후보자를 지명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은 ‘디테일 리더십’으로 요약된다.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세세한 현안까지 열거하며 하나하나 지시를 내려왔다. 각 부처로부터 올라온 각종 보고서를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매일 읽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이런 스타일을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큰 그림을 보지 않고 세부 사항만 너무 파고드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가 끊임없이 나왔다. 심지어 야당은 이를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고 대놓고 비판하기까지 한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리는 물론 각 부처 장관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보장해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끊임없이 세부 현안들을 파악해 지시하면 장관들은 이를 실천하는 데 주로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는 지난해 취임 초기 한 회의에서 행한 박 대통령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당시 “장관들이 자기 정책을 하려고 할 필요 없다. 구체적인 국정과제가 정리돼 있고 담당 부처도 정해졌으니 이것만 잘하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바로 이런 박 대통령의 기존 국정 운영에 대해 안 후보자가 그냥 만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삶을 모두 바치겠다”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친 그는 분명 대한민국 행정 전체 개혁에 나설 것이고, 이를 위해선 박 대통령에게 책임총리 위상에 걸맞은 힘이 필요하다고 요청할 게 틀림없다.
그렇다고 안 후보자가 무조건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만 해선 결코 책임총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모든 현안이 대통령에게 쏠려 있는 우리 정치 현실상 박 대통령과 원만하게 소통할 수 있는 화합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들이고,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유연한 처신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자를 차기 내각 책임자로 지명한 것 자체가 박 대통령으로서는 현 시국이 얼마나 중대한지 자각하게 된 것”이라며 “분명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치 문제에 대해서는 안 후보자에게 많은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자는 오전 9시30분 후보자 집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했다. 취재진이 몰려 여러 질문을 던지자 그는 답하지 않은 채 “죄송합니다”라며 잠시 인사한 뒤 사무실로 올라갔다. 총리실 관계자들은 안 후보자가 별다른 일정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몰두했다고 전했다.
지명 첫날부터 안 후보자에 대한 비판 포문을 열었던 야당은 이날은 공격 수위를 더 올렸다. 정의당 노회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자는) 지금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분산시키는 일종의 방탄총리”라며 “국민 관심사는 대통령 스타일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있지 총리가 누구로 바뀌느냐에 있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2003년 대북 송금사건 수사 때 안 후보자에 의해 구속 기소된 ‘악연’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다른 라디오에 나와 “박 대통령에겐 최선의 후보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에게는 최악의 후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