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격한 지 하루도 안돼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北, 和戰 양면전략 교란작전?

입력 2014-05-24 02:37


북한이 화전(和戰) 양면전략으로 남한을 상대로 한 ‘안보 시소게임’을 연 이틀 벌이고 있다. 모종의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는 뭔가 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많다.

북한은 전날 연평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고속함에 포격을 가한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은 23일 오후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150m 차이로 우리 함정이 자칫 포격을 맞을 뻔한 엄중한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너무나 태연하게 남한의 체육행사에 참가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아시안게임 참가 발표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인민군 서남전선군사령부 명의의 ‘보도’를 통해 전날 남북 간 포격과 관련해 “괴뢰 군부 깡패들의 도발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부숴버릴 만단의 결전태세를 갖췄다”고 협박했다. 이날 자 노동신문에서는 ‘남한은 선불질(선포격)의 대가를 천백배로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고 북한 주민의 격앙된 반응까지 전했다. 금방 전쟁이라도 날 것 같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남북 화해’ 제스처로 읽힐 수 있는 스포츠 행사 참가를 밝힌 셈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우선 아시안게임 참가 발표가 북한이 국제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이고, 정상적인 국제 활동을 영위해가는 국가임을 강조키 위한 의도가 깔렸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지난해 말 장성택 공개 숙청 사태 이후 ‘북한은 정상 국가가 아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아울러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그동안 체육행사 개최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내부 결속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당국을 비롯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모순적인 태도가 일종의 ‘교란작전’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22일 포격 도발 전인 지난 주말 서해상에서 우리 어선 또는 여객선을 나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돼 군 당국이 경계태세에 나섰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본격적인 도발에 앞서 명분쌓기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첩보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뭔가 도발을 하려고 계속 구실을 쌓는 중이고, 유화 제스처도 그 일환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노력했는데 남한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니 대치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려는 수순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아시안게임 참가 선언을 모멘텀으로 남북 간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우리 정부도 북측 의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세월호 침몰로 우리 국민 모두가 슬픔을 겪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저질러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런 때일수록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손병호 남혁상 기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