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대북제재 4년, 전문가 10인에 물어보니… “꽉막힌 남북관계… 안보라인 후속인사가 변곡점”
입력 2014-05-24 03:01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정부의 5·24 대북제재 조치가 시행된 지 24일로 4년이 된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북한과의 거의 모든 인적·물적 교류가 단절됐고 남북관계도 상당기간 냉각기를 이어가고 있다. 올 초만 해도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과 고위급 접촉을 통해 관계 개선 가능성을 모색했지만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한 북한이 4차 핵실험 위협을 가하며 다시금 급랭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전격 경질은 남북관계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국내 북한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남북관계 개선 계기와 방법, 전망 등을 23일 긴급 설문조사했다.
◇안보라인 후속인사가 가늠자=안보수장 후속인사가 곧 대북 메시지가 될 거란 지적이 많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을 교체하는 것은 일단 경색국면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대북 강경 노선을 주도해온 대표적인 두 인물이 교체됨으로써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 희망을 열어준 것”이라고 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특히 대북정책에 유연한 인물이 임명될 경우 6·15남북공동선언 14주년을 즈음해 북한이 먼저 대화 공세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우리 정부가 지방선거 후 6·15 즈음 북한에 먼저 대화를 제의해 상황을 주도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두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북정책 기조를 단박에 틀기는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불신의 골이 깊어 곧바로 대화국면이 전개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광복절이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하는 8월이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교황 방한 전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제의할 수 있고 남측의 대화 의지가 읽히면 북한도 대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관세 전 통일부 차관은 의견이 다소 달랐다. 그는 “남북관계는 북핵 등 6자회담과 맞물려 돌아가는 사안”이라며 “북·미 간 접점을 찾는 게 선행돼야 남북관계도 개선 계기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개선 모색해야=대다수가 지난 2월 중단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재개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교수는 “5·24조치를 비롯해 전반적인 현안을 풀려면 고위급 대화가 복원되거나 특사를 교환해 과거 있었던 여러 불미스러운 일을 포괄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장관급 회담을 열어 비핵화,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서로 원하는 의제를 일괄 상정해 동시 타결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민간부문 교류협력 활성화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 북핵, 천안함 사과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해결하는 게 낫다”고 봤다.
◇북한 4차 핵실험은=6∼8월 사이가 남북관계 개선 동력을 찾을 적기라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경색국면이 풀리지 않으면 8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주변국이 계속 압박정책을 펴나갈수록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4차 핵실험 또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미·러 관계가 상당히 좋지 않아 북한 입장에선 압박이 계속되면 핵실험 유혹이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전에는 중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반대했다면 지금은 미국이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백민정 정건희 기자 minj@kmib.co.kr